지피지기(知彼知己)는 백전 백승이라 했는데 이번 소위 봉사활동이라는 이름의 우리나라 유수한 교회의 여행집단은 몰라도 여간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자기들 말로 5000년의 역사로 알고 있는 이 나라 민족은 절대 다른 나라에 영원히 굴복하지 않는 그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00년대 제정 러시아와 대영제국이 서로 정복하려고 경쟁하다가 영국이 일시적으로 아프간을 점령했지만 강력한 저항에 부딛쳐 1878년에 물러났다가 이후 다시 영국과 인도 동맹군이 침공해 일시적으로 지배하게 됐지만 얼마가지 않아 역시 철군하게 된다. 이런 사이 1979년 소련은 1970년대부터 미국에 호의를 가지기 시작한 아프가니스탄을 침공 점령하게 된다. 이때 소련에 대항하여 싸우는 전사를 위하여 미국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물심 양면으로 지원하게 된다. 이 지원 받은 자들이 바로 우리 국민을 납치 인질로 삼고 있는 테레반 들이다.
여기까지는 미국의 지원도 나무랄 것이 없었다. 그런데 그 뒤 또 하나의 불씨의 싻이 트기 시작한다. 바로 미국의 쌍둥이 빌딩이 테러에 의해 폭파되는 세기적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주모자로 지목했고 그의 인도를 바라는 미국의 강력한 요구를 아프가니스탄은 거부 한 것이다. 미국은 ‘이 때다!’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서 원래 미국이 지지했던 테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고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지금까지 한도 끝도 보이지 않는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는 것이다. 구 소련과 싸웠던 테레반을 지지했던 미국이 다시 그 테레반을 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보면 국제간에는 영원한 우호도, 영원한 적도 없다더니 이제 실감이 난다.
원래 자기가 적이라고 생각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몸도 아끼지 않는 민족들이다. 그들은 한때 동지였던 미국을 다시 적으로 알고 싸우는 모습은 처참 그것이다. 여기저기서 자살 폭탄 테라가 자행되고 있다. 목슴을 마다하고 저항하는 그들에게는 나라보다 자기 목슴을 중히 여기는 미군과는 종착역에 가면 상대가 안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드는 것은 필자만의 착각일까.
이런 확실성이 없는 나라에 선교니 봉사니 하면서 수도 카불 이외에는 거의 치안상태가 확보되지 않는 나라에 파견했다는 자체를 필자는 부정하고 싶다. 필자는 종교적 차원에서 선교나 봉사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필자는 그런 곳에 참여를 못하는 여력과 용기가 부족함을 스스로 책하면서 그들을 마음으로나마 격려했던 사람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 꼴이 되고 보니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지금 우리나라 측과 테레반 측이 접총장소를 놓고 서로 안전한 곳을 주장하면서도 유엔사무총장이 안전을 보장하면 협상에 응하겠다는 보도다. 언 듯 생각하면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유엔이 보장한다면 그게 바로 반정부 집단인 테레반을 세계가 인정하는 모양이 되는데 그게 어디 가능한 일인가.
필자는 이제 두 가지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말을 마치고자 한다.
첫째는 무고한 시민을 정치적 목적으로 구금하고 살해하는 것은 그들로서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이제 이만큼 시간이 흘렀으면 그들의 입장을 세계 방방곡곡에 알렸으니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바로 풀어 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선교와 봉사라는 명목으로 무지의 장소로 선량한 교인을 다시는 보내지 말기를 바란다. 아무리 목적이 옳아도 수단과 방법이 나쁘면 아니한 만 못하리라.
/이강녕(전 전북도 교육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