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문화 격차는 지방자치제 실시나 국토 균형발전 전략에도 불구하고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심화되는 추세다. 지방에서는 기업유치를 아무리 외쳐봐도 자녀들의 교육문제나 문화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에 오질 않는다. 왔다 해도 빈 몸만 올 뿐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서울로 다시 올라가 버린다. 돈도 역시 서울에 가서 쓴다. 이러니 지방이 피폐할 수 밖에 없다. 특색있는 지방문화도 고사되고 마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국가 정책적으로 지방문화를 육성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마침 전북도가 각 정당의 17대 대선 공약 중 하나로 국립현대미술관 전북분관 유치를 포함시켰다. 다른 지방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서화분야를 특화해 ‘국제서화미술관’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지역문화를 살리는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전북이 옛부터 이 분야에 특화할 수 있는 토대가 충분하다는 점이다. 전북은 음악에서 판소리, 미술에서 서화가 뛰어난 편이다. 창암 이삼만을 비롯 석정 이정직, 석전 황욱, 강암 송성용 등 한국 서단의 내노라하는 인물을 배출했다. 또 세계서예비엔날레가 열리고 있고 강암서예관 등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지금도 서화작업이 어느 곳보다 활발하다.
둘은 국립현대미술관 입장에서도 지방분관을 둘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과천에 자리잡은 국립현대미술관은 현재 관람객으로 넘쳐난다. 또 전 장르를 소화하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지방에 분관을 만들어 전문미술관을 육성할 필요성이 크다. 한때 서울관과 순천, 대구에 분관 건립을 추진한 바도 있다. 또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유일한 국립박물관이 아니라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국립 지방박물관들이 그 지역에서 출토된 역사유물을 간직하는 등 훌륭한 문화공간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더 이상 문화의 중앙집권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문화를 지방에 분배하고 육성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국립현대미술관 전북분관 설치는 너무나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