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타는 사람들]노점상 할머니 짐올리며 낑낑...

승객 70% 노인 "시장에 돈벌러 가지"...기사 "배차 시간 빠듯 안전운전 최선"

지난 8일 전주 남부시장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의 주이용객인 노인들이 시내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김현민인턴기자 (desk@jjan.kr)

오전 7시시께. 김모씨(60)는 오늘도 평화동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나 마음은 초조하고 불안해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정류장 밖에서 서성인다. 만차가 됐다는 이유 등으로 버스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부시장과 모래내시장 일대에서 종이와 상자 등을 모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김씨 할아버지는 버스를 제때 타지 못하면 종이나 상자 등을 얻기 힘들어 하루일을 종치게 된다.

 

어렵사리 버스에 올라 타더라도 안심하기 이르다. 전쟁은 이때부터다. 경로좌석이라 하더라도 예전처럼 자리를 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차가 급정거하면 앞으로 쏠리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도 넘어져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기사로부터 치료비를 배상 받았으나 원망을 들어야 했다. 김씨는 “하루종일 시장을 오가며 상자와 종이를 모아 팔아도 손에 쥐게 되는 건 1만원 남짓”이라며 “버스를 놓쳐 늦게 도착하면 그나마도 팔 것이 없다”며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했다.

 

비슷한 시간 구이면의 한 버스 정류장. 80대 노점상 할머니 이모씨가 며느리와 함게 보따리를 짊어지고 낑낑대며 버스에 오른다. 고구마순, 깻잎, 복숭아 등 보자기 꾸러미를 싸들고 버스까지 오르는 길이 고되다. 버스가 떠나지 않도록 붙잡고, 황급히 물건을 옮겨싣는 것은 며느리 몫이다. 버스에 올라서도 급정거하면 물건이 쏟아질까, 시장에 도착해서 물건을 무사히 내릴 수 있을까 조마조마하다.

 

“급한 커브 구간에서 복숭아나 채소가 쏟아지는 날은 기사들과 한바탕 실랑이를 해야 한다”는 할머니는 “물건이 상할까봐 주으러 일어서면 막무가내로 앉으라는 기사때문에 답답하다”며 “버스 안에 짐 싣는 칸을 따로 마련해 주면 안되느냐”고 말했다.

 

현재 도내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층의 70%는 60세 이상 할아버지·할머니들이다.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은 남부시장, 모래내시장 등 시장 일대다. 장을 보러 가기도 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노점상, 시장상인들이 많기 때문. 요즘은 예전과 달리 냉방시설도 잘돼 있고 청소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노인들이 이용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급출발과 급제동, 결행 등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0년째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는 한 기사는 “끼니를 거르면서까지 하루에 18∼20시간씩 운행하지만 배차시간이 너무 빠듯해 항상 시간에 쫒기고 있다”며 “어르신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여유있게 운전하고 싶지만 어르신들의 사정을 일일이 감안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