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울타리 없어도 살 아버지 얼마나 고달프셨습니까

석인수(수필가·전북도청 국장)

만면에 웃음 띤 얼굴엔 여유로움이 묻어났고, 강인한 자태는 일곱 아들의 듬직한 버팀목이셨던 아버님! 오늘따라 너무 보고 싶습니다.

 

어쩌다,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로 당신 기분 좋을 때면, 사알짝 금니 내보이며 비시시 웃으시던 아버님! 그 꾸밈없는 순수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법 없이 울타리도 없이 살 사람"이라고 동네 사람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으시던 아버님! 저도 아버님처럼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수양산 그늘이 강동 팔십 리를 간다.”면서 잘된 한 사람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를 말씀하시던 아버님! 그 말씀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당신 연세 5세 때 할아버님 여의고, 11세 때 할머님마저 여의고 적수단신 고아되신 우리 아버님! 평생 동안 얼마나 외롭고 서러운 삶이었습니까?

 

진자리, 마른자리 가릴 틈 없이 힘든 일로 자식들 호구지책에 편하신 날 없었던 아버님! 얼마나 고달프고 힘드셨습니까?

 

살다가 가끔씩 아버님 모습 떠오르면 아버님 냄새 맡고 싶어, 눈가에 뜨거운 눈물 맺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생전에 주신 진한 사랑과 끈끈한 정이 가슴 깊이 저미어옵니다.

 

북받쳐오는 애잔한 그리움을, 속으로 달래려면 너무나 힘이 듭니다.

 

/석인수(수필가·전북도청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