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설계까지 외지에 내줄텐가 - 위병기

위병기(경제부기자)

전북 건축사 업계에선 요즘 전주시가 발주한 ‘한지산업종합지원센터 건립’ 기본 및 실시설계 참여 여부를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다.

 

설계비는 2억2000만원에 불과하지만 전주의 전통문화를 대변하게 될 한지산업센터에 도내 건축사의 작품이 선정되는게 명분· 자존심 측면에서 당연하지만, 설계에 응했다가 당선되지 못하면 5000만원 가까운 경비를 고스란히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까닭에 참여 여부를 가늠하느라 바쁘다.

 

사실 몸집이 좀 큰 업체라면 현상 설계에 응하기 위해 수억원씩 낭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역 업계에서는 이번에 위험부담이 따르더라도 지역 업체중에서 당선작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도내 건축사중 30% 이상이 사무실 유지조차 힘들어하는 가운데 도박에 가까운 확률을 보고 시간과 경비를 투입하기는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응모 필수조건인 현장 설명회에는 도내 업체 15개, 서울 업체 4개, 대전업체 1개 등 모두 20개 회사가 참여할 만큼 많은 회사들이 높은 관심을 보였으나 실제 응모하는 회사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산절감을 위해 전주시가 지원센터 설계를 바탕으로 진흥원이나 체험관 등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발주한 까닭에 업체가 갖는 메리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내달초까지 막판 눈치보기를 하다가 도내에서는 극소수만 도전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지역 보호의 울타리가 없어진 자유경쟁 시대를 맞아 도내 건축사 업계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지만, 배짱있게 도전해 설계 용역권을 따내는 건축사를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