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나이들어 지치고 고단하고 그래도 소망 잃지 않으련다

신경자(아동문학가)

친구야.

 

에어컨 바람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네가 이 무더위를 어떻게 건너고 있는지... 보고 싶구나.

 

짧은 소근거림이지만, 시원한 바람같은 이야기였으면 좋겠어. 지난 며칠 전 나는 여행 중에 좀 높은 곳에 올라간 일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서 빨간 우체통을 만났다. “하늘 우체국”이라 씌어 있더구나. 높은 곳에 있어서 그런지 참 어울린다 싶었어. 하늘 우체국. 동화 속의 장소를 만난 것 같아 한참을 즐거웠단다. 그곳에 준비된 산 위에 구름이 걸린 엽서를 한 장 집었지.

 

하늘같이 높고, 맑고, 가이없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 나는 못 보냈지만 너는 이미 하늘 우체국에서 보낸 것 같은 시를 내게 전해준 적이 있었어. “동화”라는 시지.

 

“옛날 날마다 내일은 오늘과 다르길 바라며 살아가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글로리아 밴더빌트)

 

생각나니? 몇년 전이었던가. 아주 오래되었지만, 이 글을 듣는 순간 한 줄기 따뜻한 빛이 내 가슴에 내려 앉는 것 같았단다.

 

내, 나이 들어 이제 지치고, 고단하고, 무겁고, 둔해지고 있지만 나는 때때로 이 글을 외우며 아름다운 동심과 소망과 꿈을 잃지 않으려고 기도한단다.

 

친구야! 무더위 속이지만 가을을 기다리며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