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해유문서 - 조선 관리들의 업무 인수인계

1670년 김명열의 해유문서 (desk@jjan.kr)

옛 문서의 향기-해유문서

 

조선시대 관리들의 인계인수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 할 만큼 사람을 쓴 다는 것은 일의 모든 것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능력있는 사람을 잘 가려서 쓰는 것이 조선시대 목민관의 중요한 덕목 중에 하나였으니,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인사이동철이 되면 갈 곳을 찾지 못해서 이리 저리 탁구공처럼 튀기는 사람들은 어쨌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 찍혔거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일 것이다. 철밥통 시대의 종언을 울리는 울산발 회외리가 무서운 것도 이제는 더 이상 철밥통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인사철이 되면 여기 저기 짐을 꾸리는 사람들이 많다. 맡고 있던 업무를 접어두고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업무의 인수인계일 것이다. 공무원들이 보직을 변경할 때 인수인계서를 쓰는 풍토가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조선시대 공무원들은 정확한 인수인계서의 작성과 확인이 주요한 업무 중의 하나였다.

 

1669년 부안 우반동에 살던 평산도호부사 김명열은 여러해 동안 앓아오던 고질병이 초상을 치루면서 악화되고 안질까지 겹치자, 계속 수령의 일을 맡아 볼 수 없어 황해도 관찰사에게 사직서를 올렸다. 사직서를 올린 김명열은 후임 평산부사에게 넘겨줄 업무와 재물 등의 목록을 작성해 보냈다. 후임 평산부사는 전임 부사가 보낸 목록을 토대로 일일이 대조 검토한 후 이 사실을 관찰사에게 고하게 된다. 관찰사는 후임 부사가 보낸 목록을 살펴 본 후 이상이 없으면 전곡(田穀) 업무는 호조에, 그리고 군사와 군기 업무는 병조에 보고를 한다. 호조와 병조에서 이상이 없음을 확인 한 뒤 이조에 공문을 보내면 이조는 전임 부사를 해유(解由)시키고 조흘첩을 발급한다. 위 문서는 김명열이 평산도호부사를 사직하고 해유문서를 작성한 다음 규정된 절차에 따른 확인을 거쳐 호조에서 이조에 보낸 해유 요청 공문인 셈이다.

 

해유란 ‘전임 관리가 후임자에게 사무와 물품 등을 대조하여 재고를 조사한 뒤 문서를 작성해 업무를 인계하는 행위’를 말하며, 해유문서는 이 때 작성되는 문서를 말한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해유를 받지 못한 관리는 업무 인수인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는 곧 관리의 인사고과에 반영된다. 해유된 관리에게 조흘첩을 발급하는 것은 해유여부가 인사고과에 어떻게든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한 고을을 책임지고 있는 수령으로서 인사이동에 따른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이러한 시스템은 잠시 왔다가 가는 자리쯤을 생각하고 인수인계서에 대한 검수는 생각지도 않는 요즘 사람들에게 번거롭기만 한 요식 행위일지 모른다. 잦은 인사이동으로 이러한 해유제도가 얼마나 현실에 유용한 시스템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조선시대 해유는 일이 터졌을 때만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닌 상시적인 책임 인사제의 전형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홍성덕(전북대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