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은 자체적인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내부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로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발주해야 한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이런 취지를 무시한채 용역을 남발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부 과제의 경우 자체 능력으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데도 굳이 용역을 의뢰하고 있다. 전북도가 올해 추진하는 ‘도민요구도 조사용역(6000만원)’, ‘의회 홈페이지 의원프로필 기능보강사업용역(2100만원)’ 같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민원이나 감사등을 의식해 책임 회피용으로 용역을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비슷한 내용의 중복용역도 없지 않다.
물론 용역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용역과제 심의위원회가 그것이다. 무분별한 용역위탁과 예산의 낭비적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용역 선정단계에서 부터 필요성과 타당성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다.
그런데도 이처럼 용역발주가 두배정도 늘어난다는 것은 심의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심의위원 가운데 2/3가 도청간부와 도의원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외부 민간인의 객관적인 판단보다는 행정기관의 논리에 이끌리기 쉽다. 실제 지난해까지 5년동안 전북도 각 부서가 요구한 용역 156건 가운데 91%인 142건에 대해 타당성을 인정하고, 14건만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한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그나마도 도내 14개 시·군의 경우 절반 정도만 심의위를 구성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용역결과 활용여부를 관리하는 사후 감시시스템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최근 김완주지사가 “용역 결과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며 “용역사업을 전체적으로 분석해 예산낭비 요인을 줄이라”고 지시한 것도 이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용역에 소요되는 예산은 도민들의 혈세다. 예산 낭비를 막고 용역을 남발한다는 비판을 받지않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용역만 신중하게 선별 의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