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제 다인종(多人種) · 다민족(多民族)사회로 접어들었다. 지난해 주민등록상의 외국인 인구는 63만2000여명으로 총 인구의 1.3%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고된 결혼건수 총 33만2800여건 가운데 외국인과의 결혼이 11.9%인 3만9700여건에 달한다. 농촌총각의 경우 10명중 4명꼴로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어 3∼ 4년 후면 농어촌 초등학생의 4분의1 이상이 이러한 가정의 자녀들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이주 노동자와 여성 배우자들이 늘어나는 추세여서 인구구성의 다인종 · 다민족화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 외국인및 혼혈아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실 우리는 백인에게 당하는 차별에는 분개하면서도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인들을 우리보다 열등한 인종으로 여기는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있다. 지금은 ‘살구색’으로 바꿔 부르고 있지만 소위 ‘살색’이라는 크레파스나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어려서 부터 살색 피부가 아름다운 피부라는 인식을 가져왔다. 우리나라에 와서 일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이나 외국인 여성 배우자들및 그 자녀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거부감과 함께 적잖은 차별을 받는 데에는 이런 고정관념이 작용하지 않나 싶다.
지난해 한국에 온 한국 핏줄 ‘하인스 워드’의 성공 스토리에는 많은 감동과 갈채를 보냈지만 국내에서의 외국인이나 혼혈아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제 3국에서 성공한 한국계는 치하하면서 한국에 시집온 외국인 여성과 그 자녀들을 차별하는 것은 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국도 역사적으로 여러차례 전란 등을 거치면서 순혈주의 단일민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졌다. 오늘날 같은 세계화 시대에 자기 민족 중심주의와 그로 인한 외국인 차별은 부정적 국가 이미지를 초래하고 자본투자를 위축시켜 국가 경쟁력을 저하시킬뿐 아니라 국제적 고립과 후퇴를 자초할 수 있다.
마침 유엔 인종차별위원회(CERD)가 우리 정부에게 단일민족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 워드 방한 이후 혼혈 한국인등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지만 근본적인 것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유엔의 권고가 우리사회의 배타적 순혈주의를 진지하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