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호의 건축단상] 건축과 음악

판소리 구성요소 건축물에 적용해 볼만

전북의 지역이 ‘소리의 고장’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연유는 자명한 것 같다. 풍부한 먹거리, 빼어난 자연 풍광과 풍수, 오랜 역사와 각 지역에 배어있는 풍부한 이야기 거리 등 저절로 소리가 나오는 판인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서, 예술가들은 소리, 시각적 기호, 공간들의 근원적인 상호관계를 파악하고 그 연관성을 밝힘으로서 각 장르에 대한 관습적인 범주를 벗어나고자하는 시도를 하였다. 특히 시각영역과 음의 영역 간의 상호 자극과 교류에 관련된 많은 요소와 두 영역간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측면은 의미가 있다.

 

건축과 음악은 일반적으로 매우 상이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장르의 구성요소와 형식의 상관성을 살펴보면 건축의 물리적 형상의 저변에 깔려있는 의미로서 우리지역의 독특한 소리 문화를 건축문화에 적용하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의 구성요소와 형식은 점, 선, 면(입체, 공간), 색, 재질 등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음악은 음(note), 선율(melody), 화성(harmony), 음색(tone color), 기조(基調, texture) 등이다. 이는 각각 건축의 점(点) 은 음악의 음으로, 선(線)은 선율로, 면(面)은 화성으로, 색은 음색으로, 재질은 기조 등으로 그 유사성과 특성이 파악될 수 있다.

 

건축의 모든 형태는 점, 선, 면으로 구성되어 입체와 공간을 형성하며, 공간 내에 색과 재료의 재질로서 통합적으로 인식된다. 음악의 경우, 음들이 모여 선율을 구성하며, 복합된 선율은 화성으로 이어지고, 건축의 경우와 같이 음색과 전체적인 기조를 구성하게 된다.

 

인간의 청각이라는 차원과 시각이라는 차원의 유사성을 살펴보고자 했던 이러한 예는 1958년 브뤼셀 만국 박람회장의 ‘필립관(Philip Pavillion) ’의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건물은 프랑스의 유명한 건축가 르 꼬르뷰제와 작곡가 야니스 크세나키스에 의해 공동으로 설계되었다. 음악적인 규칙과 배열에 의해서, 직선적인 연속면들이 수직적으로 설계된 획기적인 형태의 건물로 평가되었었다.

 

전통성과 장소성이 강한 전북지역에서 소리, 판소리와 같은 음악의 구성요소와 형식이 건축에 적용된 ‘소리 건축’의 시도를 기대해 본다. 이제는 판소리의 중모리, 자진모리, 휘몰이 소리를 내는 건축물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

 

/건축가·전주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