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현상계와 같은 울타리 안에 파장을 달리하는 세계가 공존하고 있다면? 인간세계 밑에 동물세계가 있고 그 밑에 곤충세계가 있듯, 인간세계 저편에는 영(靈)의 세계가 있다. 다만, 서로 파장이 달라 다른 세상처럼 느껴질 뿐이다.
이는 최근 「生과 死를 넘나드는 사람들」(도서출판 계백)을 펴낸 경제학자 국승규 교수의 주장이다.
현재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와 산업·경영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인 그는 30여 년 전부터 인간의 잠재능력 개발에 관심을 갖고 명상법을 익혀왔다. 그러다 접하게 된 영의 세계. 한국초능력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경제학자로서는 보기 드문 이력을 가진 그는 “무속세계를 접하면서 무당이야말로 죽은 자와 산 자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자로서의 산증인들”이라고 확신한다.
20여 년간 직접 만난 무당만 500여명. 국교수는 무당들의 점치는 행위를 미신(迷信, 미혹된 믿음) 정도로 가볍게 여기며 남을 속이는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그는 “영혼 탐방 과정에서 죽은 자도 살아있는 자와 똑같이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됐다”며 “이승에서 믿었던 종교를 사후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生과 死를 넘나드는 사람들」은 단순히 무당들이 점치는 모습을 관찰한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 내림굿, 영혼을 부르는 초혼 과정, 무당의 삶, 임사체험과 전생 탐방 등이 기록되긴 했지만, 국교수는 “무당과 죽은 자와의 공생관계에 초점을 맞춰 음지에 가려진 영의 세계를 양지로 끌어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은연중에라도 사후세계가 있다고 여기게 되면 죽음에 대한 공포가 줄어들고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선업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등 현대인의 삶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책은 종교문제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교수는 기독교와 죽은 자에 대한 우상숭배 문제, 전생과 환생에 대한 생각, 우리나라에서의 영혼 인식 문제, 종교의 특성과 신도들의 맹종적 성향 등 논란이 될 만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교수는 “삶과 죽음, 전생, 현생, 종교 등이야 말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날마다 겪고 있는 실제 상황”이라며 “이들의 상호관계와 상호작용을 이제는 보다 넓고 깊은 우주적 시각에서 긍정적으로 재조명하고 새롭게 이해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