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숨죽여 울으시던 어머니는 우리들 영원한 고향입니다

정순자(시인)

그리운 어머니!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제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봄이면 담장 밑에 호박모를 심어 주시던 어머니. “너는 자식 키우는 재미로, 호박 키우는 재미로 살아라. 풋호박은 반찬을, 호박잎은 쪄 먹고 늙은 호박은 떡을 해서 먹어라.” 하시던 어머니. 낭자머리에 금비녀를 꽂으시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어머니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단오절 새벽이면 제 손을 꼭 잡고 덕진공원 창포물에 머리감고 목욕재계 하시던 어머니. 일본으로 끌려가신 아버님의 청춘일기는 수중 궁월에서 만나고 싶은 심청이 통곡의 세월만큼이나 아픈 나날이었을 것입니다. 동지섣달 흰눈 내리는 밤이면 이불속에서 어깨 들썩이며 숨죽여 울으시던 어머니. 지금도 어머니 생각에 목이 메이면 보고싶은 얼굴 그리며 옛 모습 떠올립니다.

 

어머니의 사랑 포근한 가슴은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입니다.

 

지금은 여름, 왕매미 울어쌓는 소리에 호박넝쿨은 힘차게 줄기를 펴고 자식들은 높은 이상과 순종 사랑으로 잘 살아갑니다.

 

어머니, 저승에서 이승의 자식들 걱정에 눈물을 흘리시는지 오늘은 주룩주룩 비가 내립니다. 이제는 걱정 놓으시고 왕생극락 하옵소서.

 

/정순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