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농촌의 쾌적함은 자원 - 임수진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

척박한 토양으로 젊은이들이 모두 도시로 떠나면서 야반 도주의 마을로 불리던 인구 7500명의 일본의 산림촌인 아야초, 지금은 연간 150만명이 찾는 생태관광의 명소이다. 일시적인 부흥을 가져올 벌채의 유혹을 뿌리치고 맑은 공기를 가진 조엽수림(照葉樹林)의 마을로 특화시킨 결과이다.

 

전남 함평은 나비축제로 유명하다. 연간 100만명이 찾아온다. 나비야 농촌이라면 어느 지역에나 있는 것이지만 자원화하고 상품화하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신선하다. 함평에 자랑할 만한 문화재라도 하나 있었더라면 나비를 상품화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후일담이다.

 

바야흐로 지방화, 분권화 시대이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획일화되고 도시화된 지역 만들기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지역이 갖고 있는 어메니티가 돈이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어메니티는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어원은 “쾌적한”, “기쁜”이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특유의 자연환경과 전원풍경, 지역의 문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만족감과 쾌적성을 주는 요소를 통칭한다.

 

최근 전북도에서는 새로운 전북만들기의 일환으로 전북 어젠다 12를 추진하고 있다. 도내 기업유치와 새만금 경제구역 지정 등 12개 현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중 1시군 1프로젝트는 시군별로 1개 사업을 특성화하겠다는 계획아래 전주의 전통문화, 군산의 고군산 국제해양관광지, 남원의 교육연수 관광타운, 무주의 태권도 공원이 포함되어 있다. 지역의 역량을 살펴 투자를 집중하고 특성화를 통해 지역발전을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특성화를 통한 지역개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만의 어메니티를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어메니티를 비단 유서깊은 문화재나 절경에서만 찾을게 아니라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면 족하다. 지역발전을 가로막던 산림도, 별다를 것 없는 나비도 모두 어메니티가 될 수 있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유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잘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할 따름이다.

 

다만 다른 곳도 성공하였으니 여기서도 성공한다는 ME-TOO 전략은 경계하여야 한다. 니즈를 파악하고 차별화를 통해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하여야 한다. 지역의 실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주민의 참여도 중요하다. 지역공동체의 복원과 함께 추진된다면 성공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압축성장의 방식이나 일회적 사업으로는 지역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 지역의 100년, 1000년 후를 내다보며 다음 세대까지 지속될 수 있는 장기적인 시야가 필요하다. 의욕만 앞세운 장밋빛 청사진도 당장의 성과를 요구하는 성급함도 경계할 일이다.

 

도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1시군 1프로젝트 사업은 지역의 발전을 통해 농도전북의 미래를 열어갈 야심찬 계획이다. 마침 한국농촌공사에서는 지자체의 지역개발을 돕기 위해 농촌지역개발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체계적인 컨설팅을 통하여 장기적인 개발전략을 상호 연계하는 방법으로 성공적인 사업이 되길 기대해 본다.

 

/임수진(한국농촌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