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문학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시원시원한 성격 그대로 대답 또한 단순 명쾌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14년 경력 때문에,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복사판이어서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 즉 손학규 후보체제는 한나라당 후보끼리의 경쟁이어서 누가 되든 한나라당으로의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뤄주고, 이해찬 후보체제는 막말정치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또 그 '악몽'을 떠올려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동영은 어떤가.
문학진은 말한다. 지금대로라면 이번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죽은 듯 하다가도 살아나고, 살아있는 듯 하다가도 어느 새 죽는 것이 정치다. 앞으로의 대선가도에서 여야 후보가 팽팽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극적인 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째가 민주신당 경선과정의 '이변'이다. '이변의 위력'은 이미 2002년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경험했다. 이번에도 정동영이나 이해찬 등 뒤처지는 후보가 손학규 후보를 제치는 이변이 연출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관련된 각종 '설' 가운데 단 한 건이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다. 다른 의혹과 관계없이 이 자체만으로 이 후보는 도덕적 치명상을 입으면서 몰락하게 된다. 즉 이변이 없으면 그대로 가는 거고, 이변이 있더라도 도덕성 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면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것이 정동영을 선택한 이유다.
문학진의 주장이 1백% 옳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2002년 민주당 경선은 '이변 효과'와 도덕적 후보가 맞물린 한 편의 드라마였다. '노무현 후보'라는 이변과 노 후보의 흠결 없는 도덕성이 있었기에 '이회창 대통령' 시대를 막았던 것이다. 민주신당의 경선전이 본격화 되면서 정치생명을 건 문학진의 소신과 주장이 새삼 주목된다.
/장세환(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