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변 효과'와 도덕적 후보 - 장세환

장세환(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국회의원 문학진. 언론인 출신으로 경기도 하남시가 지역구인 국민통합 민주신당 소속의 초선의원이다. 고려대 재학시절 반유신투쟁위원장을 지내면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다 제적된 '민주투사'였으며, 조선일보 수습기자에 수석으로 합격해 다니다가 한겨레신문이 창간되자 월급의 절반에도 못 미치던 이 신문사에 들어가기 위해 미련 없이 사표를 내던졌다. 한겨레신문 기자 때는 고문 기술자 이근안의 정체를 특종 보도해 반인륜적인 고문 실태를 낱낱이 사회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경력이 말해주듯 그는 소신이 분명하고 강직하며 올곧은 성격인데다 정의사회 구현에 앞장서는 '민주적 소신파'로서 장래가 촉망되고 기대되는 정치인이다. 재야파로서 김근태 계보로 활동했던 그는 김 전 의장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민주신당 빅 3 가운데 '뜻밖에도' 정동영을 선택함으로써 파문을 던졌다. 살아온 경력으로는 이해찬과 가깝고, 다음 총선을 생각해서는 경기도에서 특히 강세인 '손학규 선택'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세태여서 그의 선택이 정치생명을 건 모험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문학진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시원시원한 성격 그대로 대답 또한 단순 명쾌했다.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 14년 경력 때문에, 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의 복사판이어서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한다. 즉 손학규 후보체제는 한나라당 후보끼리의 경쟁이어서 누가 되든 한나라당으로의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뤄주고, 이해찬 후보체제는 막말정치에 시달리던 국민들이 또 그 '악몽'을 떠올려 정권 재창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동영은 어떤가.

 

문학진은 말한다. 지금대로라면 이번 대선은 해보나 마나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죽은 듯 하다가도 살아나고, 살아있는 듯 하다가도 어느 새 죽는 것이 정치다. 앞으로의 대선가도에서 여야 후보가 팽팽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극적인 요소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첫째가 민주신당 경선과정의 '이변'이다. '이변의 위력'은 이미 2002년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경험했다. 이번에도 정동영이나 이해찬 등 뒤처지는 후보가 손학규 후보를 제치는 이변이 연출되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두 번째 가능성은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관련된 각종 '설' 가운데 단 한 건이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다. 다른 의혹과 관계없이 이 자체만으로 이 후보는 도덕적 치명상을 입으면서 몰락하게 된다. 즉 이변이 없으면 그대로 가는 거고, 이변이 있더라도 도덕성 면에서 이명박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면 절호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것이 정동영을 선택한 이유다.

 

문학진의 주장이 1백% 옳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2002년 민주당 경선은 '이변 효과'와 도덕적 후보가 맞물린 한 편의 드라마였다. '노무현 후보'라는 이변과 노 후보의 흠결 없는 도덕성이 있었기에 '이회창 대통령' 시대를 막았던 것이다. 민주신당의 경선전이 본격화 되면서 정치생명을 건 문학진의 소신과 주장이 새삼 주목된다.

 

/장세환(전 전라북도 정무부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