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동물들의 리더쉽

늑대는 흔히 응큼하고 속좁은 동물로 묘사된다. 그것은 동서양이 모두 그렇다. 팔만대장경에는 “늙은 늑대가 사자처럼 외치려 하지만 역시 늑대 우는 소리밖에 지를 수가 없었던 것처럼, 소인(小人)은 아무리 해도 그것으로 그친다”는 대목이 나온다. 서양속담도 마찬가지다. 프랑스에는 “늑대는 음험한 동물이 생각하고 있는 일을 금방 눈치챈다”, 알바니아에는 “아무리 품행이 좋은 늑대라 할지라도 어진 양이 될 수는 없다”는 속담이 있다.

 

하지만 늑대들은 인간이 배워야할 훌륭한 리더십을 보여준다. 늑대는 사냥을 할 때 무리를 지어 다닌다. 자세히 살펴보면 길을 개척하는 한 마리의 선두늑대를 볼 수 있다. 선두자리는 매우 위험하고 힘든 자리다. 다른 짐승들에게 공격의 첫 표적이 될 수 있고 늪이나 덫에 걸리는 첫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늑대들은 이런 선두늑대의 어려움을 함께 한다. 사냥이 진행되면서 선두늑대 자리를 계속 바꾸는 것이다. 또 선두에 나설 역량이 못되는 늑대들은 행군이 계속되는 동안 어린 늑대를 돌보거나 뒤에서 발생하는 위험에 대비하는 역할을 맡는다.(휴넷 경영지식생산본부)

 

기러기는 계절에 따라 수만리 길을 이동하는 철새다. 대개 시베리아 동부와 사할린섬, 알래스카 등지에서 번식하고 한국, 중국 북부, 몽골, 북아메리카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이때 날아가는 모습을 형상화한 게 기러기 안(雁) 자다. 옛 선비들은 고향을 떠난 자신의 처지를 이 기러기에 비유해 많은 시를 남겼다.

 

이 기러기는 이동할 때 V자 대형을 이룬다. 공기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기 때문이다. 이 V자 대형에서 가장 힘든 자리는 역시 공기저항을 가장 많이 받는 선두 자리다. 기러기는 이 선두 자리를 2-3시간마다 교체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뒤따르는 기러기들은 계속 울어댄다. 선두에 나선 기러기가 지치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또 만일 노쇠한 기러기가 낙오하면 다른 기러기 2마리가 동행한다. 그러다 기력이 회복되면 다시 V자 대형에 합류하는 것이다. 이들 동물들의 리더십은 아마 생존을 위한 본능일 것이다.

 

요즘 12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끼리 이전투구가 한창이다. 경선이 끝난 한나라당이나 경선중인 범여권 모두 오십보백보다. 늑대와 기러기에게서 한 수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