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줄무늬잎마름병 피해의 정도는 일상적인 병충해 수준을 넘어 농민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자연재해 수준임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같은 도의 계획에 앞서 부안 계화지역 농민 200여명은 계화면사무소에 모여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한뒤 계화 간척지 논 2필지 9000여㎡ 를 트랙터로 갈아 엎었다. 같은 병 발생으로 피해를 본 충남 서천지역 농민들도 비슷한 시기에 다 자란 벼를 갈아 엎는등 실력행사를 벌였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벼 앞에서 농민들은 그저 망연자실할 뿐이다. 수확기를 앞두고 기뻐해야 할 농민들이 자식처럼 키운 벼를 갈아 엎어야 하는 심정을 그 누가 알겠는가.
벼 줄무늬잎마름병은 애멸구가 병원균을 옮겨서 발생하는 병으로 일단 감염이 되면 이삭이 나오지 않거나 기형이 돼 수확이 불가능해진다. 피해의 심각성으로 ‘벼 에이즈’로 불릴 정도이다.
농민들이 재해지구로 요청하는데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본다. 먼저 줄무늬잎마름병은 정부 보급종인 일품·동진등 조생종 벼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급품종에 대한 사전 정밀조사가 미흡했다는 반증이다. 또한 이 병에 대한 뚜렷한 치료제등 방제대책이 없다. 명확한 역학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관련기관에서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벼는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대상 작물에서도 제외돼 있다. 돌발적인 병해충으로 한해 농사를 망칠 경우 이를 보전할 대책이 전혀 없다.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한미FTA 체결로 농민들은 가뜩이나 영농의욕을 잃고 있다. 여기에 내년도 쌀 목표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면서 쌀 재배농가들의 소득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농민들을 더 이상 실의에 빠뜨리게 해서는 안된다. 방제를 소홀히 해서 발생한 피해가 아닌 이상 병충해도 자연재해에 준해 지원해줘야 마땅하다. 그래야 농민들이 안심하고 벼농사를 계속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