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예술축제, 현대인 유혹하다] 400년 춤 잔치, 열도 흔들다

② 춤추는 도시, 도쿠시마

8월 중순 일본 도쿠시마를 온통 춤의 도시로 만드는 아와오도리 축제. 한해 130여만명이 이 축제를 보기위해 몰린다. (desk@jjan.kr)

가까운 나라 일본. 그 중에서도 면적 191.23㎢에, 인구 26만3000명인 작은 마을 도쿠시마(德島, 시코쿠 동부 도쿠시마현 현청소재지)에서는 일년에 한 번 큰 소동이 벌어진다.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일본 추석인 오봉(お盆) 기간에 열리는 ‘아와오도리(阿波踊り) 축제’. 이 기간 도쿠시마에는 시 전체 인구보다도 딱 5배 많은 130여만명이 몰린다.

 

현대인을 유혹하는 이 축제가 400여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춤 축제란 걸 알면, 사람들은 다시한번 놀란다.

 

 

△ 도쿠시마의 춤, ‘아와오도리’

 

도쿠시마의 옛 이름인 ‘아와’(阿波)에, 춤을 뜻하는 ‘오도리’(踊り)가 결합된 ‘아와오도리’.

 

아와오도리는 도쿠시마의 전부다. ‘일본인들도 평생 한 번 가볼까 말까한 곳’이라는 도쿠시마에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은 오봉에 죽은 사람의 영혼이 돌아온다고 믿고 있다. 그 혼을 맞이하고 위안하기 위해 추는 춤이 ‘봉 오도리’. 무로마치 시대 서민들에게 보급된 봉 오도리는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으며,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도 봉 오도리 중 하나다.

 

아와오도리 기원을 두고 여러가지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지만, 1587년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신하 하치수카케가 도쿠시마현에 성을 세웠을 때 잔치상에서 서민들이 춤을 췄다는 설이 유력하다. 유감스럽게도 하치수카케란 인물은 임진왜란에서 청주성을 점령하고 정유재란 때 7군사령관을 지낸 원흉. 이후 쇼와시대 초기, 축제가 관광화되면서 도쿠시마의 예술가 하야시 코로가 ‘아와오도리’란 명칭을 공식적으로 붙였다.

 

축제가 중단됐던 시간들을 빼더라도 아와오도리는 약 40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 사람들을 유혹하는 ‘아와오도리’

 

작년 관람객만 126만명. 아와오도리 실행위원회는 “올해는 첫날에만 41만명이 다녀갔다”며 “축제 기간 총 130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렌’(連, 연맹)이라는 그룹 단위로 공연하는 아와오도리는 출연단체만 960팀, 그 숫자는 10만명 정도다. 출연자도, 관람객도, 어마어마한 숫자다.

 

도쿠시마의 아와오도리가 성공하면서 도쿄나 홋가이도, 가나자와 등에도 도쿠시마 것을 본 딴 아와오도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도쿠시마 다음으로 유명한 아와오도리는 도쿠시마보다 1주일 정도 늦게 열리는 도쿄의 아와오도리다. 제법 규모가 커진 도쿄의 아와오도리는 축제 자체를 즐기려는 도쿠시마와는 달리, 축제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려는 젊은이들의 과시욕이 축제를 이끌고 있다.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실행위원장 마쯔므로 히로시는 다른 지역에 아와오도리가 생겨나고 있는 것에 대해 “다른 곳에서 아와오도리를 시작하거나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쿠시마 출신이거나 도쿠시마에서 배워간 이들이기 때문에 아무 느낌이 없다”며 여유롭게 말했다.

 

사단법인 도쿠시마시 관광협회와 도쿠시마 신문사가 공동주최하는 아와오도리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25억엔. 이는 도쿠시마 경제연구소 발표에 따른 것으로, 100엔을 800원으로 계산했을 때 1000억원에 달한다.

 

 

△ 춤추는 바보, 아와오도리

 

‘춤 추는 바보에 구경하는 바보라면 차라리 추는 바보’.

 

아와오도리를 추는 사람들은 남자는 수건을 뒤집어 쓰고 여자는 삿갓같은 걸 쓴다. 춤 추는 걸 쑥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노래 가사는 누구라도 춤판에 뛰어들 것을 권한다.

 

실제로 아와오도리 춤은 5분만 배우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다.

 

‘이찌 니’(하나 둘) ‘이찌 니’(하나 둘). 사미센(일본 전통 현악기)과 다이코(북), 가네(징·꽹과리), 요코부에(피리) 등으로 연주하는 음악은 2박자일 것. 춤은 오른발에는 오른팔을, 왼발에는 왼팔을 같이 움직일 것. 출연 렌들이 창작하는 아와오도리 춤은 이 두가지 규칙만 지키면 된다.

 

‘얏또사- 얏또얏또 요이사- 얏또사-’(ヤットサ- ヤットヤット- ヨイサ- ヤットサ-).

 

단순한 리듬에 반복적인 군무지만, 아와오도리의 중독성은 강하다. 출연자들이 흥을 돋우는 추임새를 넣으면 관객들은 자기도 모르게 ‘얏또사-’를 따라외치게 된다.

 

아와오도리의 남자춤과 여자춤은 다르다.

 

낮은 자세로 추는 남자춤은 박자가 빨라질 수록 힘이 넘친다. 등을 펴고 허리를 낮게 숙여 무릎과 무릎 사이를 최대한 넓게 벌리고, 앞 발이 땅에 닿으면 손가락을 세우며 한 번 돌려준다. 때때로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자세를 연출해 관객들의 폭소를 끌어낸다.

 

여자춤은 팔목이 어깨 밑으로 쳐지지 않도록 팔을 들고 손가락을 모아서 손목만 살랑살랑 흔든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발걸음이 서로 어긋나도록 스텝을 밟으면 엉덩이는 저절로 가볍게 흔들린다. 춤을 추는 여자들은 가끔씩 높은 톤으로 ‘얏또사’와 ‘소레소레’를 외친다. 삿갓에 그늘진 얼굴과 좁은 치맛폭 사이의 가냘픈 몸매는 여자춤을 더욱 요염하게 만든다.

 

일본인들은 축제가 가지는 일탈성이 느껴지는 시원스런 남자춤에, 외국인들은 묘한 매력을 지닌 여자춤에 더 끌린다.

 

의상은 여름철 기모노인 유카타를 입는다. 출연 렌들은 자기 팀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디자인하고 색을 선택한다. 유명한 팀일 수록 유카타에 렌 이름을 써넣는 걸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