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 양계영의 행복한 책방이야기

여행의 계절 가을 책과 함께 여유를

숨막히는 무더위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이라 불리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그러나 ‘독서의 계절’이라는 표현과는 달리 실제로 가을철은 가장 책이 안 팔리는 계절이다. 통계로 보면 여름과 겨울방학에는 문학서 위주로, 3월 신학기철에는 학습참고서 위주로 판매가 이루어지면서 오히려 책 읽기 좋은 계절인 가을철은 성수기에 비해 매출이 50% 이하로 뚝 떨어진다. 더군다나 이제는 주 5일제 영향으로 가을은 여행하기 좋은 계절로 점차 바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출판사들은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짧은 시간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들의 기획에 열심이다. 얼마전 300호를 출간한 ‘살림지식총서’를 비롯해 책세상의 ‘소설르네상스’ 시리즈 등 각종 문고본의 출판이 활발하고, 고전문학이나 한국문학을 포켓판으로 재출간해 여행길에서나 주말의 자투리 시간에 충분히 다 읽을 수 있는 책들 역시 붐을 이루고 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인 가을은 한편으로 독서하기도 좋은 계절인 셈이다. 두꺼운 분량에 무거운 주제를 담은 책을 읽기가 부담이 된다면, 여행길의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 또는 한가로운 주말의 거실 소파에서 한 손에 문고본을 들고 틈나는 대로 짬짬이 읽는 마음의 여유가 풍요의 계절 가을을 한층 넉넉하고 윤택하게 꾸며줄 수 있을 것이다.

 

/양계영 홍지서림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