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기네스북 공화국! 대한민국 - 김현진

김현진(지니스 대표)

영국의 휴즈 비버가 창간한 기네스북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특이한 일들을 기록한 책이다. 1890년에 태어난 휴즈 비버는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 캐나다 등지를 유랑하면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삶을 살았다. 그는 1951년 유럽에서 물떼새와 뇌조 중에서 어떤 새가 더 빨리 나느냐를 놓고 친구들과 심하게 논쟁을 벌이게 된다. 이 논쟁이 계기가 되어 그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황당해도 읽으면 재미있을 만한 일들을 대충 모아서 책으로 펴낸 것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기네스북이다. 기네스북 초판은 히트를 치지 못했지만 할 일 없이 소일거리를 즐기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독자가 어느 정도 형성되게 되었다. 세계 기록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기네스북은 자연스럽게 해마다 신간이 나오게 되었다. 또한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정착되면서 기네스북은 세계적으로 고정 독자가 형성된 좋은 비즈니스가 되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면 기네스북처럼 남는 장사가 없다. 고정적으로 형성된 엄청난 독자들이 매해 신간을 기다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책들과 달리 기네스북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고자 하는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기네스북에 실어 달라고 스스로 원고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간 발행에 필요한 원고를 쓰느라고 돈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도 전혀 없다.

 

만약 휴즈 비버가 오늘까지 살아 있다면 대한민국 현실을 보고 무척이나 흐뭇해 할 것 같다. 유달리 세계 제일 내지는 세계 최고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틈만 나면 별의별 희한한 기록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국가에서는 기네스북이 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지만 대한민국 사람 치고 기네스북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그만큼 기네스북에 대한 고정 독자층이 한국에 깊게 형성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처럼 국가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기네스북에 올릴 수 있는 국가가 지구상에 거의 없다는 점이 휴즈 비버를 정말 기쁘게 하지 않을까하고 나는 생각한다. 대한민국을 기네스북에 올릴 수 있는 근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 이외의 지역을 의미하는 특별한 단어인 지방이라는 단어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세계 어느 나라든 비수도권 지역을 총칭하는 지역을 나타내는 단어가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영어의 local이나 중국과 일본의 地方(지방)이라는 단어의 뜻은 국가의 특정 지역이라는 뜻일 뿐이지 우리나라의 지방과는 그 단어 자체의 의미가 다르다. 지방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대한민국은 비수도권 지역에 위치하면 무조건 지방대학, 지방언론, 지방은행, 지방기업 등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사회적으로 차별을 하는 세계유일의 국가이다. 문제는 비수도권지역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정치인들은 지방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균형발전을 이룩하자는 정치인들보다 지방차별을 영구적으로 고착화 시키자는 정치인들이라는 점이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지방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좋은 정책 중 하나가 요즘 논의 중인 법학전문대학원을 비수도권지역 위주로 설치하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지방 균형발전을 내세우면서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편파적 논리로 서울 지역에만 비즈니스스쿨(MBA) 과정을 허가해 주었다. 따라서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서울 경기 지역에는 1-2개만 설치하고, 법학전문대학원들을 비수도권위주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방 중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시민운동을 펼치고 있는 이광철의원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김현진(지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