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당신의 신은 어디에 있습니까 - 김준기

김준기(전직 교장·시인)

아프칸 선교인 피랍 사태가 매듭지어진 후에도 인터넷 누리꾼들의 비판과 논쟁이 꺼질 줄 모르고 끓어오르고 있다.

 

논쟁의 하나는 'ㅅ'교회의 아프칸 선교 파견이 애당초부터 잘못되었다는 비판이다. 국가기관으로부터 여행 위험지역으로 지목되어 한국인 피랍의 첩보가 있다는 정보를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몰래 출국한 것은 극히 종교적 독선과 소영웅주의적 행동이었다는 대다수 누리꾼들의 비판이다. 두 번째는 피랍사태가 발생한 당시 'ㅅ'교회가 사태발생의 책임을 아프칸 파병 때문이므로 즉시 철군해야한다는 국가책임론을 주장한데 대하여 많은 국민들이 교회가 책임을 회피하고 국가에 덮어씌우려한다는 비판이었다. 교회의 이러한 태도는 국민들의 들끓는 여론을 의식하고 슬며시 철회하고 자숙하는 듯 했다. 세 번째 논쟁은 두 명이 살해되고 열아홉 명이 생환되자 교회의 태도가 일변하여 아프칸 선교는 당연한 것으로 교회의 사명이라는 'ㅂ'목사의 주장에 대한 비판이다. 'ㅂ'목사는 한술 더 떠서 희생된 두 사람과 같은 순교자가 삼백명 아니 삼천명이 더 나와야 한다는 극단적 발언을 해 불붙은 논쟁에 기름을 뿌린 상황을 초래한 셈이 되었다. 사태가 마무리되어가는 즈음에 이르자 이번에는 국가 인질 석방 보상금에 대한 진실공방과 국가 구상권을 놓고 논쟁이 불거졌다. 어떤 누리꾼은 부자교회가 내야지 국민세금으로 내면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논쟁이 어떻게 비화될지 참으로 끝이 보이지 않는 사태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이번 피랍사건에 대한 논쟁에 대하여 종교단체와 종교인 그리고 국민들의 감정을 크게 포용 통합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한 보편적인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교는 무종교를 포함해서 모든 인류의 삶의 한 길이고 그 선택 또한 개인의 기본권이다. 종교단체들은 그들의 종교적 이상이나 신념을 널리 펼 자체적 필요가 있지만 다른 종교에 대하여 부정할 권리나 당위성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소위 무차별적이고 공격적인 선교는 종교적 독선과 살인 순교 같은 폭력으로 변질되기 쉽다. 종교단체는 그들의 신도를 희생의 제물로 삼는 것이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한다. 본질적으로 나약한 인간 존재의 약점을 이용하여 그들의 세력을 확장하는 도구로 생명까지 바치게 한다면 이는 모든 하느님이 원하는 섭리가 아니며 오히려 지극히 비인간적인 위선인 것이다.

 

이번 피랍사건은 과거 용태영 기자 피랍사건이나 김선일 피랍 사건과는 그 성격이 다르고 국민들의 시각도 크게 다르다. 위의 두 사건 당시에 많은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위로하며 함께 눈물을 흘린 것과 달리 이번 피랍사건은 출국과정에서부터 석방과정 그리고 입국 후까지 비판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피랍인들이 귀국하는 공항에서 나타난 상황이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교회의 관계자가 “형제자매님들 고개를 들으세요, 여러분은 죄인이 아닙니다!”하고 소리치는 반면 몇몇 시민들은 달걀을 던지며 비난을 퍼붓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러한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교회와 국민들의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은 옳고 교회는 나쁘다, 또는 교회는 옳고 국민들은 잘못이다’라는 ‘옳고 그름의 잣대’가 아니라 ‘교회의 길과 국민의 의식은 다를 수 있다’라는 ‘다름의 잣대’로 이 사태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다만 교회는 특정한 이념으로 무장한 독선으로 국가와 국민을 설득하려 하지 말고 스스로 성찰하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근본주의적 종교관은 그들만의 신을 유일신화하고 그들의 경전을 미신의 경지까지 극단적으로 확대 해석하여 신도들을 매혹시키고 다른 종교에 대하여 철저히 부정하고 공격하는 특성을 보인다. 인류역사에 나타난 많은 전쟁과 오늘도 계속되고 있는 중동사태도 이런 근본주의적 종교 대립에 원인하고 있는 것이다.

 

오래전 글쓴이가 유럽 연수중에 만난 유럽인들은 “당신은 무슨 종교를 갖고 있습니까?”라는 물음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기독교인입니다. 교회에는 태어나서 세례 받기 위해, 결혼서약을 하기 위해, 그리고 하느님 품으로 가는 길에 이렇게 세 번 나가지요.” 그들의 하느님은 교회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정에 있었고 그들의 생활 속에 있었다. 기독교 국가인 유럽인들은 생활종교를 살고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당신은 어느 종교를 믿습니까?”라는 물음을 받으면 그동안 “무無종교인입니다”라고 대답해왔는데 몇 년 전부터 “다多종교인입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이는 종교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오랜 사색과 고뇌를 통해 무신론에서 유신론으로, 유일신론에서 다신론으로 의식의 전환을 이룬 결과이다. 모든 신을 인정하고 모든 종교를 수용하는 의식의 전환을 이룬 것이다. 지구상에는 많은 종교가 있다. 이제 종교가 아니라 종교단체가, 종교인이, 시민의식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

 

/김준기(전직 교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