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을 가슴에 묻은 지 벌써 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반 십년이 지났건만 가을만 되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당신이 그리워지는 건 왜일까요? 오늘 당신이 생전에 그렇게도 예뻐해 주시던 경아를 데리고 금산사에 갔습니다. 모악산의 품에 안긴 그 곳에서 당신은 나를 꼭 안고, 우리 딸 참 예쁘다 하시며 웃으시곤 하셨지요. 저도 오늘 경아를 대적광전 앞에 새워놓고 사진을 찍어주며 아버님의 음성으로 '우리 딸 참 예쁘다' 했더니 경아가 씽긋 웃으며 '엄마가 할아버지야?' 하고 물었답니다. 며칠 지나면 추석입니다.
그날 이제 제법 자란 경아랑 아버님을 찾아뵙겠습니다. 생전에 좋아하셨던 약주 한 잔과 안주를 정성껏 준비할까요? 그 날은 아버님 가시던 날만큼이나 하늘이 높고 푸르면 참 좋겠습니다. 밤이 늦었습니다. 편히 주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