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칼럼] 샌드위치 국가, 한국 - 황지욱

황지욱(전북대 교수·건축도시공학)

얼마 전 신문에서 ‘한국은 소송 중’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변호사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많은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소송이 많다는 것은 우리사회에 분쟁과 갈등이 그만큼 팽배해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이러는 동안 동북아 삼국 중 일본은 더욱 앞서 나가고 있으며, 중국은 우리의 코앞에까지 따라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샌드위치의 위기에 빠져 있다. 특히 지난여름 일본의 요코하마와 중국의 청도와 대풍시를 다녀오며 이러한 위기감은 더욱 뚜렷해진 느낌이다.

 

요코하마는 도시재생으로서 ‘Minatomirai 21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10년 만에 낙후된 항구도시를 탈바꿈하고 랜드마크로서의 초고층 건물을 건립하여 깨끗하고 정돈된 도시이미지를 창출하였다. 거리마다 간판은 정비되었고, 보행로와 차도의 분리는 안전한 교통환경을 조성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참여와 양보가 이뤄지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일본을 돋보이게 했다. 서울로 들어오던 날, 뭔지 모르게 2% 부족한 우리나라의 도시에서 답답함이 엄습하였다. 중국의 청도에서는 우리나라 70, 80년대와 2000년대의 도시가 혼재되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미개발의 상황, 쓰레기가 방치된 뒷골목, 역주행도 마다않는 차들로 위험한 상황도 느꼈지만, 다른 한편으로 우리가 70, 80년대에 가졌던 ‘발전하고자 하는 역동성’이 느껴졌다. 하루가 다르게 도시가 정비되고, 마천루의 고층건물이 올라가며, 간선도로가 뚫리는 현장에서 ‘중국은 공사 중’이라는 사실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풍시는 대풍항의 개항과 더불어 내부개발을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외자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지방정부는 기반시설을 무료로 조성하며 입주기업에는 토지분양가를 10만 원대로 정하고 50년간 장기 분양하는 파격 조건을 내걸고 있었다. 이를 통해 경쟁자인 여타 항만도시를 따라잡고, 무엇보다 한국을 따라잡겠다는 의지가 눈에 선하게 들어왔다. 중앙정부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에서 위기감이 느껴졌다. 더 이상 공산주의국가로서의 중국이 아닌 세계 일류국가를 향한 중국의 모습이 절로 느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새만금 개발 하나만 놓고도 정부부처 간의 갈등, 환경론자와 개발론자 사이의 갈등 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송하고 있다. 중국은 코앞까지 다가왔는데 말이다. 새만금만한 대풍항 경제특구를 불과 4-5년 내에 완성하여 가동하겠다는 중국, 20여 년만에야 방조제를 잇고, 여전히 내부개발 하나 못하고 있는 새만금.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다시 일어서야 할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도 정부, 민간 그리고 젊은이들도 과거에 우리가 자랑했던 근면과 역동성을 되찾아야 하겠다.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인 친절을 몸에 익혀 동북아의 중심으로 우뚝 서야겠다.

 

/황지욱(전북대 교수·건축도시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