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이 책 한 권으로 뻔한 그림에서 탈출해 보자. 마당 한 가운데 후박나무가 잎을 드리우고 있는 연하네 집, 「후박나무 우리 집」(창비)이다.
할아버지는 제사상을 차릴 때마다 “연하가 아들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선생님인 아빠와 엄마는 똑같이 일하고 들어오지만, 아빠는 TV를 보고 엄마는 또 일을 한다. 집안일 말이다.
학교와 가정 안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남녀차별의 문제들을 어린이 눈높이에서 펼쳐놓은 「후박나무 우리 집」. 책을 쓴 고은명씨도 어린 시절 “저 놈이 아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고 여자이기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늘 누군가와 다퉜다. 딸을 낳고 나서는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지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자들이 “여자애가 왜 그렇게 나대냐, 여자애가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냐…”는 말을 들을 때, 남자들은 “남자애가 왜 그렇게 숫기가 없냐, 남자애가 뭘 그런 것 갖고 우냐…”는 말을 들으며 컸다.
여자로 산다는 것, 남자로 산다는 것. 그리고 함께 산다는 것. 그는 “내 또래 여자 아이들이 차별 받는다고 느끼며 자랄 때, 그만큼 남자 아이들은 과도한 관심과 의무에 힘들어했다는 걸 알게 됐다”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찾아낸다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이가 많은 사람과 젊은 사람 등 누구와도 더불어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박나무 우리 집」은 제6회 ‘좋은 어린이 책’ 원고 공모 창작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심사위원들은 “남녀가 친구처럼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산뜻하게 드러낸 작품으로, 과거와 현재 풍속에 대한 넘나듦을 통해서 페미니즘적 주제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고 평했다.
남녀차별 없는 세상. 올 추석부터 시작하자. 「후박나무 우리 집」이면 세상이 행복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