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우리형제가 다시 모셨던 부모님 산소를 찾아 간다 하면서도 아직 발을 떼지 못하는 게으른 형이 부끄럽기만 하다. 고향을 지키겠노라고 서울에서 수십 년 다니던 직장을 지방으로 옮겨가면서까지 내려온 동생과 제수씨에겐 더 말할 나위도 없고 늘 가슴 한 구석에 무거운 돌을 얹고 사는 것 같아 편하지가 않구나.
옛말에 구부러진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고 했는데 우리 동생은 국가공무원으로서 수십년 혼신의 힘을 기울여 왔던 반듯하기만 한 재목이 아니던가!
자랑스럽고도 고마운 막내야! 이번 추석엔 세월의 바람이 곁에 머물렀던 인간들과 사물들을 싸안고 공간으로 스러져버리고 마는 그 뼈시린 허망함을 선영들의 묘 자락에서나마 다독여보고 싶구나.
언제나 생각이 짧고 못난 형들은 네게 한없는 박수를 보내며 이 가을 고향의 따사로운 햇살이 가정에 환하게 머물러 있길 기원한다.
/심재기(시인·전주서곡초 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