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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이정명 장편소설...밀리언 하우스

조선 화단의 혁신적 화풍을 이끈 두 천재화가 김홍도 신윤복.

 

당대 이름을 떨친 궁중화원 김홍도에 비해 신윤복의 생애는 베일에 싸여있다. 그는 왜 항상 여인들을 그렸을까? ‘모나리자’나 ‘진주 귀고리 소녀’ 보다도 더 매혹적인 ‘미인도’.

 

단 두 줄의 기록을 바탕으로 스승과 제자이자, 치열한 경쟁자였던 두 천재화가의 대결이 되살아난다. 소설 「뿌리 깊은 나무」로 ‘2006 네티즌 선정 올해의 책’ ‘아침독서운동본부 추천도서’로 선정된 이정명이 내놓은 신작 장편소설 「바람의 화원」(밀리언하우스)이다.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나의 제자였고, 나는 그의 스승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에게 배웠고, 그는 나를 가르쳤다. 우리는 서로 마음을 나눌 유일한 친구였고, 죽도록 이기고 싶은 경쟁자였고, 정욕으로 뜨겁게 불타는 연인이었고, 넘고 싶은 벽이었다. 죽어서도 넘지 못할 높은 벽. (…) 나는 그를 사랑했을까? 아마 사랑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사랑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소설은 김홍도의 회한 섞인 목소리로 시작된다. 조선 사회 전 분야에서 변화가 일어났던 격동의 18세기 후반. 김홍도와 신윤복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그들의 화풍은 극과 극이라 할 만큼 서로 달랐다. 김홍도가 서민들의 건강한 삶을 단순하고 힘있는 필치로 그렸다면, 신윤복은 여인들의 내밀한 삶을 세련되고 섬세하게 표현했다.

 

화풍만큼 삶도 달랐다. 이름을 떨친 김홍도의 기록에 비해 신윤복은 ‘속된 그림을 그려 도화서에서 쫓겨났다’는 후문만 떠돌 뿐, 역사 속에 남은 기록은 ‘신윤복. 자 입보. 호 혜원, 고령인. 부친은 첨사 신한평. 벼슬은 첨사다. 풍속화를 잘 그렸다. 부친 신한평은 화원이었다’(오세창 「근역서화징」)는 것이 유일하다.

 

왕실과 조정을 둘러싼 고위층의 음모에 연루된 두 천재화가. 이들의 그림과 함께 보는 물러날 수 없는 대결이 흥미롭다. 그림에 대한 신윤복의 사상과 신념을 짚어보는 것도 의미있다.

 

홍도 : 그린다는 것은 무엇이냐?

 

윤복 :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하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그림이 되고, 그림은 그리움을 부르지요. 문득 얼굴 그림을 보면 그 사람이 그립고, 산 그림을 보면 그 산이 그리운 까닭입니다.

 

「바람의 화원」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당시 시대상과 제도는 여러 기록을 바탕으로 했지만, 일부 등장인물의 성격과 행동은 소설적 개연성을 위해 재구성했다.

 

시대가 받아들이지 못한 외로운 천재. 지금에 와 엿보는 그들의 삶은 늘 매력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