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중학교 5학년 재학중 6.25가 나자 남하, 부산에서 학병에 지원입대, 제주도 299부대 정훈과에서 근무하던 열아홉살 일등병도 이제 고희가 되었습니다. 만나서 ‘강병’(强兵) 구호를 크게 외치며 거수경례를 하고 싶습니다.
함흥에서 서울 유학중 6.25를 만나 숙대 국문학과 4학년 재학중에 정훈장교로 입대, 육군중위였던 직속상관. 일요일이면 한라산 등산길을 인도하여 주셨던 누나. ‘전쟁이 끝나면 꼭 진학하라’는 말씀을 새기며 그 후 전북대 국문학과에 진학, 교직 35년 끝에 정읍여고 교감으로 정년퇴직했습니다. 제3회 한국농촌문학상, 금년엔 서포(김만중) 문학상을 받고 이산가족처럼 만나 보고파 숙대에 갔으나 허사였습니다. 친족이 아니라는 거절의 눈빛이 되려 무서웠습니다. 이 이야기를 신문이나 잡지에 올려 기다렸지만 소식이 없었습니다. 지난 여름 추억 찾아 제주도 화순초등학교에 주둔했던 그 부대를 찾아갔지만 목조 건물의 옛스러움은 찾을 길 없고, 기상 나팔소리도, 훈련병을 싣고 떠나던 LST수송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속의 그림으로 누나와 같이 걸었습니다.
고기잡이 배 고동소리만 들렸습니다. 나의 꿈을 키워 주시던 스승이신 누나, 건강하시길 두손 모아 빌며 엽서 한 장 기다립니다.
/은희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