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는 전주를 전국 5대 영화 메카로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전주정보영상진흥원의 후반제작기지 구축, 전주종합촬영소와 오픈세트장 완공(2007년말), 씨네콤플렉스 건립(2008년말) 등이 그것이다. 하드웨어 시스템을 위한 지역 영화산업의 기반 구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공적인 자리매김, 전주영상위의 로케이션 유치 증가 등 '영화영상도시'로서의 브랜드 이미지 역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영상산업의 풀뿌리라 할 수 있는 독립단편영화의 환경과 영화영상의 기초교육 환경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본보 문화전문객원기자단은 '작가의 자취를 찾아서'에 이어 두번째 기획으로 전북지역의 독립영화 환경을 점검한다.
그 첫번째는 전북독립영화협회 탐방이다. 앞으로 지역단편영화감독들과의 소통,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와의 만남, 지역영화전문가들과의 대담을 통해 지역 독립영화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영상문화 인프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전국 최초의 시민영화제를 만들다
전북독립영화협회(이하 독협)는 숱한 어려움에도 지역 내에 독립영화라는 문화적 바탕을 만들어 낸 둥지. 16일 일요일 오후, 전주정보영상진흥원 내 문화산업지원센터 1층에 자리한 '독협'을 찾았다. 사무실에는 7년째 협회를 이끌고 있는 조시돈(47, 전주효문여중 교사) 사무국장과 정낙성(51, 원광정보예술고 교사) 운영위원 그리고 젊은 영화감독이자 독협의 기술팀원인 최진영(28)씨가 2007 전북독립영화제(위원장 이영호)에 출품된 총 40편에 이르는 공모작들을 VHS 인코딩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독협의 태동은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가 주최한 '디지털필름워크숍'과 관련이 있다. 영화에 목말라 있던 그들은 그해 6월 전주영화제작모임을 결성한다. 이들은 전주단편영화협회에서 전주독립영화협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여섯 번에 걸쳐 시민영화제를 개최했다.
"6mm 디지털카메라를 통한 제작 활동이 왕성했는데, 멍석이 없었어요. 그래서 영화제 이야기가 나왔고 그것이 전주시민영화제의 출발이었지요. 민간인(일동 웃음)들이 만든 영화를 가지고 영화제를 한다는 것이 그때에는 전국에서 처음 이었어요.”
그렇다. 지금은 PD150도 사양기종이지만 그땐 6mm도 참 괜찮은 장난감이었다. 독협이 지역 영화의 문화적 분출이자 대안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많은 그들에게 명칭 전환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지역 내의 다른 영화제, 전주시민영상제와 부안 정읍 등의 영화제와의 차별성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독립영화에 더욱 중심을 둘 필요, 또 전주라는 한정된 지역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탈피할 필요도 있겠다는 의견이 모아져 2007년 전북독립영화제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지요.”
정낙성 운영위원의 토로를 종합해 보면 독협의 지난 7년 동안의 활동들은 민간인으로 하기 어려운 일들이었다.
한 때 교육받던 주체가 이제는 독립영화제작 교육의 주체가 되어 2004년과 2005년 전주국제영화제 '디지털필름워크숍'을 개최하였고, 2006년 아시아 문화 동반자사업 중 아시아 젊은 영화감독 초청 연수 사업, 지역 청소년들에 대한 영상제작지원 교육을 진행했다. 또 다양성 영화들에 대한 상영활동으로 뉴질랜드 영화상영전, 한국시네마떼끄 기획전, 전북지역 순회상영전과 2005년에는 전주 아카데미 아트홀과 함께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하기도 했다.
영화 교육 주체가 되어 영화운동에 나서다
관계는 또 다른 관계를 만든다. 독협 멤버 중 교사가 많다보니 '전북영상미디어연구회'를 통해 그동안 2편의 영화를 제작했고 올 11월에는 전북청소년영화제를 개최한다고. 이들의 좋은 영화 상영 정보로 전주정보영상진흥원 내 지하소극장에서 '100대 영화 걸작선'을 매주 월요일에 상영할 예정. 지난 6월 '애니 충격전'을 소극장 판에서 열었던 '씨네필 전주'는 올 11월에는 메가박스 전주에서 '영화사 걸작선'을 기획 상영한다. 창작이 있으면 비평이 뒤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 독협은 지난 4월 '전북영화비평포럼'을 출범시킨다. 조만간 성과물들을 책자로 낼 예정이다.
영화정책입안자의 눈으로 보는 이들의 성과들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독협이 단편영화 자체제작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말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독협의 목표는 두 가지예요. 첫 번째는 독립단편영화제작을 지원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 거기에는 장비와 제작지원금이 가장 중요하겠죠. 두 번째는 교육과 네트워크를 통한 인력양성입니다. 젊은 친구들이 이곳에 와서 영화제, 기획전 등 다양한 문화기획의 경험들을 쌓고 전문인으로 성장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조시돈 사무국장은 독협에서 길러진 인력들 중 현장 전문가로 성장한 친구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어려움은 없을까.
후원회원의 확대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자립 기반 구축이 꿈인 이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예산이었다.
/성기석 문화전문객원기자(전주국제영화제 정책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