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국으로 치닫는 범여권 경선

범여권 경선이 엉망이다. 초장부터 각종 잡음으로 얼룩지더니 결국은 파국을 맞고 말았다. 그동안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조직 동원의혹과 대리접수, 유사콜센터 운영, 지지자들의 난투극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급기야 노무현 대통령 명의도용 사건까지 일어났다. 가장 앞서 가던 정동영 후보 캠프에서 벌인 일로 판명되면서 상황은 크게 악화되었다. 손학규 후보와 이해찬 후보측은 지도부를 찾아 강력 항의하는 한편 정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지도부는 2일 경선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야말로 국민경선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지경이다.

 

민주당 경선 역시 닮은 꼴이다. 이인제 후보측의 조직 동원선거 시비가 일더니 조순형 후보 등이 선거운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파행을 맞고 있다. 다른 후보들도 조 후보에 동조하면서 경선은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이렇게 엉망으로 진행되다 보니 경선 참여율도 바닥이다.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은 전국16개 지역중 현재까지 투개표를 마친 8곳의 평균 투표율이 19.2%에 불과하다. 민주당은 더 한심해 경선을 치른 5곳의 누적 투표율이 9.7%다. 반면 지난 8월 20일 끝난 한나라당의 경선 투표율은 70.8%였다. 당원과 국민들로 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어쩌다 이런 꼴이 되었는가. 특히 국회 의석수가 가장 많은 대통합민주신당은 여당이라기엔 너무 왜소해 보인다.

 

이번 경선은 처음부터 이런 결과가 예상되었다. 정당이 급조된데다 경선규칙마저 오락가락 하고 이를 관리할 지도부는 권위를 잃었다. 가뜩이나 노무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 판에 범여권 후보마저 각종 편법을 동원하니 경선이 제대로 굴러갈리 만무였다. 더우기 각 후보 캠프에선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비전이나 정책제시는 뒷전이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이제라도 각당 지도부는 각종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일부 후보를 중도 사퇴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엄정함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또한 후보들도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대로 가다간 범여권은 스스로 지리멸렬을 면치 못하게 되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시작하는 자세로 경선에 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