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숭늉들고 달려오시던 할머니 손주며느리를 예뻐하셨지요

이명희(시인)

제가 꼬마시절 당신의 아들들 묘 앞에서 목매어 울먹이시던 할머니. 할머니는 얼굴도 예뻤지요. 매일같이 닭우리에서 닭이 꼬꼬댁하고 나오면 달려 가셔서 달걀을 꺼내들고 식을까봐 겨드랑이에 끼고 갖다 주시던 할머니였습니다. 초등학교 일학년 때 아침밥을 정신없이 먹고 학교 가려고 뛰쳐 나가면 숭늉 양재기를 들고 동구밖까지 맨발로 따라오시며 물마시고 가라고 외치시던 할머니의 뜨거운 사랑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때 그 물 한모음 마시고 갈것을...

 

지금 깊은 뻐꾸기 우는 청산에서 나오셔서 그 숭늉 주세요. 할머니!

 

겨울에 학교갔다 오면 단지에 넣어두었던 꽁꽁 얼은 홍시를 화로가에 녹여놓고 기다리시던 할머니. 제가 장성하여 스물여섯에 장가들었을때 손자며느리를 그렇게도 이뻐하시며 등 다독거리고 좋아하시던 할머니는 항상 같이 살고싶어 하셨습니다. 가난중에 제일 무서운 가난은 사람 가난이라고하시던 할머니, 해가 갈수록 짠하게 가슴이 아려옵니다. 이제 모든 것다 잊으시고 편안히 심산유곡에서 요산요수(樂山樂水)하시며 계세요. 할머니!

 

/이명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