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와의 애틋한 그리움을 뒤로하며 나는 작은 둥지를 틀었고, 곧 알토란같은 아이를 셋이나 얻었지요. 큰아이가 열여섯이니 그 긴 세월동안, 그대의 바다와 나의 둥지에도 세파가 넘나들었습니다. 파고를 헤아릴 수 없는 파도처럼 모진세파 앞에 그대는 수없이 부서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고, 나는 바람 앞에 등불 같은 둥지를 지키려 무던히 애를 쓰며 흔들렸지요.
가을바람에 피는 억새풀처럼 그대를 향한 그리움이 나풀거립니다. 나는 아직도 그대 생각에 늘 손전화를 열고, “어디에 있나요, 언제쯤 오시나요” 라고 염려하며 묻지요. 그리곤 언제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놓고 그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대는 내 작은 가슴 속에 그리움의 물결로 일렁이는 나의 유일한 옛 애인이자 남편이기 때문이지요.
/박예분(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