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사랑나눔'이란 단체가 있다. 전라북도 거주 3백20여명의 회원이 참여하는, 유명하지도 크지도 않은 사회봉사 모임이다. 나도 회원이다. 서울 사는 몇 안되는 회원중 하나다. 모임의 창립 단계에서 가입 요청을 받았다. 봉사 자체보다 사진찍히기에 주력하는, 실제 활동보다 낯내기에 열심인 단체를 많이 봐왔기에, 그런 단체가 안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회원이 됐다.
이 모임은 2006년 11월 초 발족했다. 창립총회를 하던 날, 저녁 무렵부터 진눈깨비가 내렸다. 도로사정은 최악, 이런 날씨에 몇명이나 참석할지, 서울에서 온 내가 심란해졌다. 오후 7시 총회가 시작됐다. 당시 회원수는 1백30여명, 참석회원은 1백여명. 회원들이 모두 전주 거주자도 아니었다. 남원 순창 부안 등지에서 시간 맞춰 모인 사람들이었다. 낼 것만 있지, 받을 건 없는 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괜히 감격스러웠다.
회원들 스스로 회의장을 꾸미고, 먹을 음식을 장만한 조촐한 창립총회였다. 소위?자리를 빛내기 위해?초청한 유명인도 없었다. 회원들 간에 실제 활동 전에 선전부터 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얘기였다. 소위 명망가를 중심으로 요란하게 시작하는 단체, 그중에서도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모임을 많이 보아왔다. 20여년 기자생활 때 그런 모임의 활동소식을 보도해달라는 부탁도 많이 들었다. 전북 정무부지사로 있을 때 그런 류의 행사에 자주 참석했다. 행사의 격을 높이기 위해 정무부지사 정도는 참석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권유 덕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거창하게 시작한 모임들의 후일담은 거의 듣지 못했다.
회원 중에는 흔히 말하는 유명인사가 없다. 바로 옆집에 사는, 혹은 길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이다. 직장에 나가는 사람이나 집에서 가사를 돌보는 사람이나, 남녀를 불문하고 특별하게 내세울 게 거의 없는 평범한 분들이다. 그들이 선택한 봉사 아이템이 청소년교육이다. 소년소녀가장, 결손가정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상대적으로 쉽게 할 수 있고, 사진 찍기도 좋은 경제적 지원 보다 리더십교육을 통한 자신감 부여와 대학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논술교육을 도와주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고교 2학년 학생에게서 감동적인 편지도 받았다. 교육 받은대로 사람들을 이해하고 따뜻하게 격려한 덕에 학생회장이 되었노라는 내용이었다. 4번 계획한 금년 교육 중 3번의 과정을 마쳤다.
웬만하면 모임에 참석했다. 크건 작건 남의 도움이나 돈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회원들의 모습도 자랑스러웠고, 학생들을 동생이나 자녀 돌보듯 신경써주는 태도도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을 보면서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시간도 가졌다.
크게 내세울 게 없는, 역사도 실적도 거의 없는 작은 모임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단체라서가 아니다. 남에게 요구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봉사하려는 마음가짐이 아름답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 탓 안하고, 드러내지 않으면서 남을 위하려는 태도가 우리의 미래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분들이 주도세력이 될 때 전북의 발전은 저절로 이뤄지지 않을까?
/김대곤(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