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부패 차단 파수꾼 역할에 자부심"

'e감사시스템' 개발 혁신모델 제시한 강동원 농수산물유통공사 감사

공기업의 사무집행을 감사해 그 비위를 적발, 시정하는 정부투지기관의 서열 2위가 감사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언론은 공기업 감사를 ‘무능하고 부패한 낙하산’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자신을 스스로 ‘낙하산’이라고 규정하며 농수산물유통공사의 감사로 재직하고 있는 강동원(54.남원) 전 전북도의원.

 

노무현 대통령이 2∼3%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후보 시절 노 후보를 직접 찾아가 호남지역 조직특보를 자청, 당시 전북 경선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한 강 감사는 보통의 ‘낙하산’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그의 행보는 올해 초 공기업의 문제점과 자체감사 현장을 진단하고 감사의 자세와 덕목을 정리한 ‘제가 바로 무능한 낙하산입니다’라는 책을 내놓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는 저서에서 취임 첫날 감사실 회의를 소집하자 “감사님은 감사실장 하자는 대로 하시면 됩니다”라고 직원의 대답을 기록하고 있다. 이를테면 그동안의 감사는 놀고 먹는 자리였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표현한 것.

 

강 감사는 업무파악시스템 조차 없고 전임 감사에게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감사업무 혁신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곧바로 상시감사 체제 구축을 추진하는 한편 ‘고객감사청구제’와 ‘고객제도개선청구제’를 도입, 고객의 공기업 접근권을 보장하고 그들의 불만과 민원을 직접 점검했다.

 

감사실에 야전침대를 두고 현황을 파악한 그는 특히 취임 5개월을 맞아 공사의 모든 업무를 한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첨단 감사 방안을 강구했다.

 

1년 반의 공력을 들인 끝에 탄생한 게 바로 특허출원된 ‘e감사시스템’. 기안부터 결재까지 업무의 전 과정이 감사실의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뜨는 이 시스템은 감사원, 행자부 등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감사의 ‘신병기’로 평가받고 있다.

 

그는 e감사시스템을 통해 부패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사전 감사, 서류 없는 감사, 기관과 지역을 초월한 업무 통합 감사를 달성했노라고 자신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은 공사에게 국가청렴위원회로부터 2년 연속 정부투자기관 중 청렴도 1위 평가, 96개 기관 중 부패방지시책 종합평가 1위 국무총리 표창을 덤으로 남겨줬다.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도 공기업 낙하산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에서 유일하게 강동원 감사를 거명하며 제대로 된 감사의 모델로 적시한 바 있다. 도의원 시절 전국최우수광역의원으로 선정된 그의 진가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대목이다.

 

그는 지난 2005년 공사의 LA지사를 방문했을 때 한인을 타깃으로 전북쌀을 공급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설이나 추석, 제사 때 “고국의 쌀로 밥을 하자”는 ‘애국 마케팅’을 벌여 수출을 성사시킨 기획통이기도 하다.

 

감사 임기를 마치면 농수산물유통공사의 CEO가 되어 공사의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하면서도 도내 시골의 한 교회에 1억여원을 기부할 정도로 신심이 깊은 강 감사.

 

그는 “과거의 낙하산은 점령군이었다. 지금의 낙하산은 청소부다. 미래의 낙하산은 파수꾼이어야 한다”는 말로 감사상을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