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문화예술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의미하는 메세나(Mecenat)는 당대 예술가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Maecenas)에서 유래한다. 1967년 미국에서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이 용어를 처음 쓴 이후, 메세나는 기업인들의 각종 지원 및 후원 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는데, 기업 측에서는 이윤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업 윤리를 실천하는 것 외에, 회사의 문화적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어 홍보 전략의 수단으로도 유리하기 때문에 문화 선진국들에서는 상당히 보편화된 제도이다.
영국의 메세나협의회인 ‘Art&Business(이하 A&B)’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영국의 창조산업 규모는 1850억 달러로 영국 GDP의 8%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창조산업은 영국 경제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성장 속도가 빠른 산업 중 하나로서 200만 명에 이르는 고용창출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과 예술의 전략적인 결합을 통해 기업은 제품 및 서비스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고 예술은 뉴욕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뮤지컬 시장을 선도하는 런던 웨스트엔드의 경우와 같이 창조능력에 기초한 새로운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런던의 가장 성공적인 기업과 예술의 파트너십 사례로 꼽히는 신생음료회사 Innocent는 마케팅 예산으로 ‘Fruitstock Festival’을 지원하여 3년 동안 인지도와 시장점유율 면에서 경이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예술과의 협력이 기업의 마케팅 성과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환전은행인 TravelEx 또한 영국국립극장과 손잡고 값비싼 공연 티켓을 단돈 10파운드로 저소득층에게 제공하고, 티켓 차액을 극장에 지원하는 ‘The TravelEx £10 Ticket Season’ 프로그램이 정부와 언론의 호평을 얻어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 약한 브랜드 인지도를 크게 상승시키는 효과를 올렸다.(한국메세나협의회 메세나지 기사 인용)
우리나라도 기업의 예술지원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으로 올해부터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 및 ‘문화로 모시기(문화접대비 세제혜택)’ 제도를 도입했다. 우리가 벤치마킹한 영국 A&B의 ‘New Partners’ 사업은 1984년부터 지난 22년간 정부 지원펀드 총액 6천만파운드(약 1,200억원), 이에 대한 기업 매칭펀드 금액 1억파운드(약 2,000억원), 기업의 현물지원까지 포함할 경우 정부 지원펀드의 3배 규모에 달해 정부와 기업의 예술지원 효과를 증폭시키는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한 재정지원 효과 이외에도 예술단체가 새로운 고객을 개발하고 기업과의 지속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특히, 기업 담당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예술의 발전뿐만 아니라 기업의 창의성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문화로 모시기’란 기업의 총 접대비 지출액 중 문화접대비 지출이 3%를 초과하는 경우에 접대비 한도액의 10%를 한도로 추가 손비를 인정해 주는 제도인데, 매년 5조원에 이르는 기업의 접대비의 일부를 문화비로 지출함으로써 문화예술 산업의 진흥과 기업의 접대문화 개선을 동시에 꾀하고 있다. 접대비 실명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기업의 접대는 음주 중심의 향응접대, 골프 등 운동접대, 물품 및 현금접대 등에 치우쳐 있고, 특히 향응을 이용한 접대가 6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향응 위주의 접대를 문화접대로 바꿔 기업도 좋고 문화예술단체도 덕을 보게 되는 셈이다. 문화관광부는 이 제도로 기업의 문화예술 부문에 대한 연간 지출이 최대 5,400억원 늘어나 문화예술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 이미지 향상 차원의 후원이 아니라, 실제로 위와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 및 고객 모두가 만족하여 창의적 경쟁력과 홍보마케팅의 실질적 효과를 동시에 증진시키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전북지역 대기업들의 전향적인 발상 전환 및 전폭적인 참여를 기대해 본다.
/박병훈(한국소리문화의전당 예술사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