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있는 곳에 박물관이 있다…. 일본 도쿄도 고마바공원에 있는 도쿄 근대문학관을 돌아보며 전북 문학의 어제와 오늘이 떠올랐다. 이 땅 근·현대 문학의 역사는 불과 백 여년. 그런데도 지역에서 발간된 초간본 작품집이나 문예잡지의 창간호 등이 제대로 보존돼 있지 않고, 전국 어디에도 그런 자료들을 한자리에 모아둔 곳이 없다. 우리는 언제쯤 전라도 문학의 소중한 유산들을 한데 모아 보존할 수 있는 문학박물관을 가질 수 있을까. 박물관은 역사를 진열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역사를 위한 기운을 창출하는 곳이다. 박물관이 없는 것은 역사가 없다는 말과 같다.
일본 도쿄 근대문학관은 박물관과 도서관을 겸한 문학관이다. 문을 연지 올해로 40년. 5년의 자료수집기간과 개인과 국내·외 단체에서 기증 받은 120만점의 소장품은 문학관뿐 아니라 일본 문학의 역사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유족과 출판사 등으로부터 무상으로 기증 받은 120만점은 일본 근대문학의 경계인 1800년대 중반 메이지 혁명 이후 예술전반, 인문사회과학 연구분야의 자료가 모두 이곳에 있다는 의미다. 일본문학의 아버지인 나쓰메 소세키의 친필원고와 일본문학의 반항아 미시마 유키오의 대학시절 연애편지 등 문학인들의 친필과 서간, 필묵, 일기, 노트, 유품 등 특수자료와 도서, 잡지, 신문 등 일반 자료는 물론이고 문학작품이 단 한 편이라도 실려 있다면 ‘선데이서울’류의 잡지까지 소홀하지 않게 수장고에 놓여져 있다. 심지어 후대 문학인들이 채워야 할 ‘영광의 공간’까지 남겨두었다.
도쿄 근대문학관은 자료의 수집과 보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보존 제일주의 원칙’이지만,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에서 나아가 수집된 자료를 전문연구가들과 함께 새로운 출판물로 제작·출판해서 얻은 수익으로 재정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문학인의 친필 자료를 활용해 ‘육필원고집’을 출간하고 ‘육필 낭독회’를 열어 시민들이 문학과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재정수입도 올리는 것이다. 특히 귀중한 자료들은 연구를 목적으로 열람하게 함으로써 연구가들의 손에 의해 전혀 새로운 결과물로 탄생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이 복각본(覆刻本) 작업이다. ‘창조’ ‘조선문단’ ‘문장’ ‘인물평론’ 등 한국에도 없는 한국 잡지가 여기서 복각본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수장고의 자료들은 이처럼 충분히 공개되면서 생명을 얻는다. 18세 이상이면 내·외국인 관계없이 누구라도 신청해 볼 수 있으며, 복사와 사진촬영도 가능하다. 일본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자료를 신청하면 복사해서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한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이 깊고 넓은 역사를 가진 근대문학관이 문단과 학계, 언론 관계자들이 재단법인을 만들고 설립한 이래, 관의 도움 없이 순수 민간출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처마에 안주하지 못하고 원혼처럼 유랑하고 있는 전라도 문학. 지난 문학이 지금의 문학과 새로운 문학의 참 거름이 되려면, 지금이라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이 필요하다.
도쿄 근대문학관은
ㅇ 개관년도 : 1967년
ㅇ 주소 : 동경도 목흑구 구장 4-3-55
ㅇ 개관시간 : 오전 9시30분∼오후 4시30분
ㅇ 휴관일 : 일요일, 월요일, 연말연시
ㅇ 일반열람실 : 80석, 18세 이상의 신분증을 지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