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만나는 날 제발 울지말고 주름진 얼굴 만져 봅시다

장병선(수필가)

함흥에 계신 형님에게.

 

불청객 태풍은 우리의 남족과 북한 지역에 기어이 손자국을 남기고 갔습니다. 형님이 살고 있는 함흥에는 피해가 얼마나 큰지 알 길이 없습니다. 반세기 동안 만나지 못했던 북쪽에 계신 형님, 형에 대한 그리움이 누렇게 익어 가는 벼이삭을 보니 더욱 깊어갑니다. 내 어린 시절, 형님은 대학생 제복을 입고 나는 코 흘리개 소년이 되어 가을하늘 드높은 만경강 들녘에서 메뚜기 잡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빈병을 메뚜기로 가득 채우는 재미에 푹 빠져, 해가 서산마루에 숨어 어둠이 내린 뒤에 집에 돌아와 어머님에게 몹시 꾸중을 들었습니다.

 

인생은 어디에서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많은 이산가족이 상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형제도 만나는 순번이 돌아오겠지요. 그날이 기다려 집니다. 만나는 날 제발 울지 말고 우리는 그저 주름진 얼굴만 만져 봅시다.

 

/장병선(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