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중요성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으나 몇 가지 잘못된 이해가 있다. 첫째는 부품?소재산업의 대일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라는 것이다. 둘째는 우리의 기술수준이 낙후되어있어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그렇다보니 우리산업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부품?소재산업은 98년부터 흑자이고 일부 기술은 낙후되어있으나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아서 그렇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도달해있고 우리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을 지적한다면 바로 부품과 소재의 분류이다. 부품은 흑자산업인데 반하여 소재산업은 만성적인 적자라는 현실이다.
한국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서 세계 1위이지만 반도체의 핵심소재인 실리콘 웨이퍼와 LCD 액정은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렇듯 국내 주요 산업의 현실은 ‘부품?완제품 흑자, 소재 적자’라는 저부가가치의 이중적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동안 국내 기업이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일본에 대한 소재산업부문 총 무역적자가 무려 449억 달러에 이른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산업의 기반이 되는 소재는 크게 금속과 화학, 세라믹으로 구분되며 부품?완제품 등 전방 산업의 성능?품질?가격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근간으로 공급사슬상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다. 그러나 소위 100년 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소재산업은 단기간에 육성하기 어렵다는데 문제가 있다. 장기간의 연구와 함께 개발투자 비용이 엄청나고 성공확률이 아주 낮은 고위험?고수익의 특성으로 소재원천기술 확보를 위해서 초기단계에서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소재산업은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서도 선진국이 느긋하게 향유하고 있는 알짜산업이다.
정부는 2030까지 세계적 소재 30개의 원천기술을 개발?확보하기로 하는 이른바 소재 산업 발전방안을 내놓았다. 그동안 부품?소재를 묶어 지원해 왔던 것을 앞으로 부품개발은 민간 산업계로 점차 넘기는 대신 소재 개발에 정부투자를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선택된 30개의 소재는 바이오, 차세대 반도체, 자동차, 에너지, 통신 등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의 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늦었지만 개발 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는 소재 기업에 대한 출자규제를 아예 없애고 해외에서의 공격적인 기술획득을 위해 인수?합병이 보다 용이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등 기업의 투자환경도 함께 개선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전라북도가 3대 신 성장 동력산업으로 추진 중인 ‘첨단 부품?소재 공급단지 조성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추진 필요성이 인정돼 사업의 탄력을 받게 되었다. 특히 소재의 가장 중요한 것이 기초기술인만큼 우선 연구기능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을 유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겠다. 이러한 연구 기능을 담당하기위해 KIST의 전북분원인「복합소재 기술연구소」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등 전북이 21세기 우리나라 첨단 복합소재 연구개발의 허브로 성장할 기회를 맞고 있다. 전북이 소재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복합소재 전문인력 양성, 산?학?연 협력체제 구축, 혁신 인프라 구축, 금융세제지원 등에 대한 전략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복합소재산업의 육성은 어렵고 힘든 과제이지만 차세대전지, 미래형자동차와 항공기, 지능형 로봇, 조선 등 그 시장성은 무궁무진하다. 늦게 시작했지만 일단 개발에 성공만한다면 장기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는 분야이기에 미래 국가의 먹거리를 위해 여기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그 중심에 전북이 서있는 만큼 복합소재산업의 독보적인 특화지역이 되어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감당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비단 필자만의 소망이 아닐 것이다.
/유희열(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