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연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 시인의‘너에게 묻는다’란 시다.날씨가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다.한기가 스며든다.예전 이맘때면 겨우살이 준비가 한창이다.겨우내내 사용할 연탄을 집안에 들여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비교적 여유 있는 집들은 겨울에 사용할 연탄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들여 놓지만 그렇지 못한 집은 그때그때 가게에서 몇장씩 사다 썼다.

 

40대 이후만해도 연탄에 대해 아련한 추억을 갖고 있다.신문 지면에는 거의 연탄중독으로 인한 사망기사가 빠질 날이 없을 정도였다.잠자던 일가족이 연탄가스에 중독돼 사망했다는 어두운 소식이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지난 70년대 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가정과 사무실 상가에서 연탄을 사용했었다.요즘 자라나는 세대는 연탄이 뭣인지도 모를 정도로 변했다.

 

2004년 문학동네에서 김근태전보건복지부장관이 펴낸 ‘연탄’이란 수필집은 자신들의 연탄에 얽힌 애환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김지하,김근태,신경숙,임백천 등 각계 인사 스물네명이 연탄불 한장을 가운데 두고 한자리에 모였다.이들은 벌겋게 달아 오른 연탄불 위에 고구마를 올려놓고 ,고기 한점 올려 놓고 ,소주 한잔 기울이며,각박한 세상에 시린 마음을 데워가며,각자 추억을 풀어 놓고 마음을 활짝 열어 놓았다.

 

시인 김지하는 연탄에서 유독한 가스를 피워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들기도 하는 ‘독극물’인 연탄이 온기로 사람을 살린다는 형용 모순의 미학을 발견했다.그는 바로 그연탄이 곧 분단된 나라,흩어진 겨레,황량한 반도에 대해 마치 죽음속에서의 살림의 불처럼 차원이 다른 어떤 풍요를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케 하는 새로운 연탄 해석학을 제시했다.김근태전보건복지부장관은 70년대 수배를 받아 쫓기던 시절 과 가족이 연탄가스를 마셨던 아찔한 기억들을 털어 놓았다.

 

지금도 생활이 어려워 연탄을 사용하는 달동네 사람들이 있다.IMF를 거치면서 최근 몇년 사이 연탄소비는 다시 늘었다.2004년 139만톤에서 2006년 233만톤으로 68%가 늘었다.반면 공급은 해마다 줄어 연탄대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공기 구멍이 뚫려 있어 구공탄 또는 구멍탄이라고 불렀던 연탄이 원유가 상승으로 다시 우리 곁에 가까워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