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 -금년 도내 교육의 가장 큰 쟁점은 옥천인재숙의 기숙형 허용 논란이다. 현실을 내세우는 순창군의 입장과 교육의 원칙 및 법적용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도교육청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충돌의 근본 원인은 공교육에 대한 시각차와 불신에 있다.
근래, 우리 교육은 일부 극소수 상위계층과 성적우수자의 부모가 좌지우지하는 형세이다. 특목고, 자립형고, 명문대 입시 등에 대한 이슈가 발생하면 성적우수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에게 도움이 되는 논리를 내세워 열변을 토하는 반면 자녀 성적이 좋지 않은 대부분의 부모들은 애써 입과 귀를 막고 무관심해한다. 이런 현실이 지속되면 우리 교육이 바르게 발전할 수 없다. 교육은 자기자녀만의 현실적 문제가 아니라 먼 미래를 책임질 우리들의 문제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교육에서 백년지대계라는 말은 이를 두고 한 말이다.
기숙형학원은 사라진 입시전략 -한때, 대형학원들이 재수생을 모아 군대식 기숙학원을 운영하여 명문대 합격의 등용문으로 회자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적 요구에 뒤떨어지는 이들 학원은 대부분 사라졌다. 옥천인재숙은 학원 강사가 가르치는 기숙형학원이다. 사설학원도 포기한 기숙형 학원을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것이다. 공교육 부실을 핑계로 군청이 교육을 떠맡은 꼴이다. 설령 순창지역의 학교교육이 부실하더라도 기숙형학원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순창지역의 치안이 부실하다고 하여 군청이 나서서 사설 보안업체를 동원하여 지역 치안을 책임지겠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기숙형 학원은 결코 공교육을 대신할 수 없다.
성적에 의한 차별화는 인간성 말살 -70?80년대 일부 학교에서 특수반이라는 성적 우열반을 운영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성적에 의한 차별화는 학생간의 위화감을 조성하고 교육적 효과도 거두지 못한 채 사라졌고, 지금은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한 수준별 이동수업을 일부 과목에 한정?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옥천인재숙은 학업성적으로 소수학생만을 선발하여 엄청난 특혜를 준다고 하니, 여기에 들지 못한 학생이 받는 푸대접과 소외감 및 평생농사를 망쳤다고 슬퍼해야 하는 학부모의 상처는 누가 치유할 것인가?
타산지석이 해결책 -교육발전 모색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타산지석이다. 농촌학교의 타산지석으로 고창고를 제안한다. 명문대 입시성적이나 지역인재 유치, 생활지도 모범 사례 등에서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고창고의 성공 비결은 학생의 바른 성장에 열성을 다하는 교원과 학업에 전념하면 희망이 있다고 믿는 학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동창회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단합에 있다. 더불어 장학금과 학교운영비 지원 등 내고장 학교를 믿고 도와주는 지역주민과 지자체 등이 있었기에 지금의 고창고가 만들어진 것이다.
학교교육의 부실을 탓하면서 교육기관인 학교를 무시하고 지역 교육발전이 성공한 예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기 힘들다. 이런 예의 타산지석을 어느 누구도 제시한 적이 없다. 순창군은 그동안의 갈등과 반목, 소외 대신 고창고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교육 발전의 바른 길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이동욱(고산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