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경지정리가 잘되어 자동차가 못가는 곳이 없다. 파종서부터 거두기까지 어느 것 하나 사람의 손이 아니어도 우리들의 생활은 스위치 하나면 안 되는 것이 거의 없다. 유난히도 몸이 약하셨던 어머니, 농사일에 시달리어 야윈 얼굴이 창호지 문에 달그림자처럼 그려져 있다.
가난한 집 칠남매 장남 며느리로 시집보내고 나 때문에 발 한 번을 편히 뻗지 못하고 사셨다. 쌀이며 푸성귀를 보퉁이보퉁이 싸 오시어 신발도 벗지 않고 현관에 선 채로 나 먹을 것 한 끼라도 더 먹으라며 돌아서시던 뒷모습. 제 가슴 한편에 멍으로 남아있는 것 아시는지요? 그래서 저는 우리 아이들이 외식하러 가자고 하면 사양하지 않고 따라나선답니다.
어머님 떠나신 지 삼십 년 모든 호흡하는 것은 오면 가는 법.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어머니만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주기를 소원해 본답니다. 오늘밤 꿈길에라도 뵈올 수 있을까 어머님이 훔치던 눈물로 젖어보고 싶어요.
/이수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