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을 내적이고 영적으로 미리 체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살레시오 수도회 소속으로 서울 돈보스코 정보문화센터 원장인 김보록(67) 신부가 내달 11일 오전 9시30분부터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죽음 체험 하루 피정(避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피정은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성당이나 수도원 같은 곳에서 묵상이나 기도를 통해 자신을 살피는 일을 일컫는다.
김 신부가 위령성월(가톨릭교회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영혼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달로 한국에서는 매년 11월)을 맞아 마련한 이 프로그램은 제목이 알려주듯 죽음을 통해 자신을 살피도록 꾸몄다.
김 신부는 30일 "위령성월은 죽은 영혼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묵상하며 누구에게나 찾아올 죽음을 잘 준비하기 위한 성월"이라면서 "피정의 모든 프로그램은 참석자로 하여금 자신의 죽음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은 '죽음 묵상법 강의와 수련' '예수님의 죽음 묵상법 수련' '자신을 위한 고별식 및 장례미사' 등의 순서로 오후 5시까지 진행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묘비와 유언서 작성, 입관체험 등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세부 프로그램들이 마련돼 있다.
15년전부터 이 프로그램을 매년 11월 연 김 신부는 "죽음 직전의 상황을 이야기하면 참가자들이 눈을 감고 들으면서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해 묵상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한다"면서 "무엇보다 화관예식과 고별식 등 참가자 자신을 위한 장례미사와 3분간의 입관 체험 등을 하고나면 죽음의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 들어 웰빙(well-being)과 함께 웰다잉(well-dying)에 관한 관심이 많아졌지만 가톨릭에서는 오래전부터 위령성월에 죽음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 왔다"면서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죽음에 대한 묵상을 통해 삶의 내면을 영적으로 가꿔나가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신부의 '죽음 체험 하루 피정'은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마다 150-200명 가량이 참가하며, 반응이 좋아 지방 성당의 초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김 신부는 일본에서 태어나 1960년 살레시오 수도회회에 입회해 광주 살레시오 수도원장을 역임했으며 '영성의 시냇물' '묵주기도 묵상' '기도하는 삶' 등의 책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