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필자는 전주에서 행사를 하나 개최했다. 라는 것인데 계열사 천여 명의 임직원들이 모여 그룹의 비전을 공유하고 기업문화를 창출하기 위해 해마다 여는 행사이다. 필자가 경영하는 KIC그룹은 13개 계열사가 전국 각지에 위치하고 있어 이런 행사는 그룹 구성원 간에 소통과 화합이라는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문화행사와 체육대회를 통해 임직원들은 호흡을 같이하고 땀을 흘리면서 ‘우리는 하나다’라는 동질감과 그룹의 힘을 느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커뮤니케이션의 장(場)은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전주에서 열린 올해의 <한마음전진대회> 는 다른 해와 달리 몇 가지 의미를 더 가지고 있다. 한마음전진대회>
우선, 그룹 임직원에게 필자의 고향인 전주를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전통과 문화가 남다른 곳이 아닌가.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점 십여 곳을 찾아 가도록 한 번거로운 일정이 뛰어난 맛으로 오히려 찬사로 되돌아오고, 한옥마을에 숙소를 배정받은 임직원이 다가와 뜨겁게 고마움을 표할 때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고향의 깊은 뿌리가 필자에게 다가왔다.
한편으로, 임직원에게 가능성이라는 무형의 자산을 느끼게 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머지않은 장래에 전주는 새만금이라는 무한한 가치를 통해 대한민국의 중심축으로 거듭날 것인데, 임직원들에게 이런 전주, 새만금의 꿈과 전북의 비전을 미리 느끼게 하고 싶었음이다. 필자 또한 새만금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 그룹의 미래 신성장사업이 자리 잡게 될 전북을 임직원들이 미리 답사한다는 의미도 있는 것이다.
전주시민에게는 생생하고 활기찬 기업문화를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전라북도의 재정자립도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소외된 기간이 길어진 탓에 도민들의 자신감과 열정이 희미해졌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여러 사람이 말하고 있다. 열정으로 가득한 천여 명의 임직원들을 통해, 아울러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그룹을 일군 한 사람의 성공을 통해 고향의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싶었던 것도 개인적 바람이었다.
그리고 필자가 앞서 본지의 <타향에서> 란 지면을 빌어 약속했던 도내출신 기업인으로서의 책무를 잊지 않았음을 도민들에게 알리고, 또한 전북대에서 ‘공학도를 위한 텐배거(10배성장) 전략’ 특강에서도 말했듯이 이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역할 등 스스로에게는 전북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했다. 타향에서>
<한마음전진대회> 를 그룹차원의 행사로만 생각했다면 대형 휴양시설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게 임직원들의 편의를 위해서도 좋았을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앞서 얘기했듯이 도민에게 한 약속과 스스로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전체의 불편을 감수했다. 임직원들에게 장소에 대한 양보와 이해를 이끌어낸 후의 일이었지만, 임직원들의 후일담에서 전주방문이 타 지역의 행사보다는 몇 가지 느낀 점이 다르고 좋았다고 하니 기업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한마음전진대회>
다만 이번 행사의 한 취지, 즉 성장하는 것이 눈으로 보일 만큼 생동적인 한 그룹의 기업문화가 얼마만큼이나 고향 사람들에게 전달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시민들과 임직원들이 상호 교감하는 일정을 가지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전주는 뿌리 깊은 문화를 바탕으로 음식, 영화 등의 문화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도시일 것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지역 내 문화 단체들 역시 예사롭지 않은 깊이로 임직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우리 그룹의 한 계열사와 교류하고 있어 이번 행사에서 특별공연을 한 도내극단 <명태> 만 해도 뮤지컬 공연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문화산업이고 고향 전주의 콘텐츠일 것이다. 필자 또한 전주를 중심으로 한 문화산업 클러스터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콘텐츠 발전기금 펀드’가 그 한 예가 될 것인데, 또 하나의 숙제와 예향의 정취를 가슴에 안고 필자는 전주를 떠났다. 명태>
/이상직(케이아이씨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