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인생은 흔히 ‘길’에 비유된다. 흔들림없이 한 길만을 걸어가기 위해서는 고집스러운 집념이 있어야 하며, 또 그들이 걸어온 길이야 말로 전통예술의 맥을 잇는 후배들이 쫓아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게 우리네 아름다움을 지켜오고 있는 명인들. 한국국악협회가 해마다 10명의 명인들을 선정, 그들의 삶과 예술을 집중조명해 온 「명인에게 길을 묻다」(민속원) 3편이 발간됐다. 2005년과 2006년 1편과 2편에 이은 시리즈 최종편이다.
3편에는 이양교(중요무형문화재 41호 가사 예능보유자), 이홍구(40호 학연화대합설무 예능보유자), 정철호(5호 판소리 고법 예능보유자), 이영희(23호 가야금산조 예능보유자), 이은관(29호 서도소리 예능보유자), 김금화(82호 서해안풍어제 예능보유자), 신영희(5호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 후보), 조창훈(20호 대금정악 이수자), 정인삼(한국민속촌 농악 단장), 최경만씨(부여충남국악단 예술감독)가 초대됐다. 지난 10월 한국국악협회가 주최하는 ‘제27회 대한민국 국악제’에서 농익은 무대를 펼쳐냈던 명인들로, 오직 실력만으로 선정된 이들이다.
1편과 2편에는 강선영(태평무), 이매방(승무), 정재국(피리정악), 김호성(정가), 성창순(판소리), 조통달(판소리), 이생강(대금산조), 김영재(거문고 산조), 이은주(경기민요), 김청만(판소리고법), 안숙선(가야금병창), 강정숙(가야금병창), 이동규(남창가곡), 박용호(대금정악), 황용주(선소리 산타령), 이춘희(경기민요), 남해성(판소리), 김일구(판소리), 이애주(승무), 정재만씨(살풀이)가 집중조명됐다.
「명인에게 길을 묻다」는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아트북. 명인들의 삶을 다룬 수준 높은 글과 기존 전통문화 관련 사진들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사진으로 구성됐다. 특히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실력자들이 명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써내려간 글은 지난한 삶을 살아온 예술가의 구술생애사로 귀한 자료다. 명인들의 애장품을 만나는 재미도 크다.
이영희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은 “이 책에 소개된 명인들은 예술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으로 오랫동안 한 길만을 걸어온 전통예술의 큰 어른들”이라며 “아트북이 우리 음악의 오늘을 만들어 온 여러 명인들의 공헌에 작게나마 보답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