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모방송국의 남자 진행자가 한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를 통해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의 인사말도 ‘안녕하십니까?’할 때가 따로 있고, ‘안녕하세요?’할 때가 따로 있다.”며 프로그램 진행론?까지 펴보인 적이 있다. 아닌게 아니라 그 진행자는 자신감에 차 있고 우리말 구사능력 또한 대단했다.
한번은 왕년의 여자 수영스타의 옛 남자친구를 가리키며, “자, 여러분! 아주 끌밋해 보이지 않습니까?”했다. ‘밋밋하고 깨끗하며 시원하다’ 또는 ‘키가 크고 헌칠하다’의 뜻의 아름다운 우리말 ‘끌밋하다’를 이렇듯 일상용어로 구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더군다나 차츰 잊혀져 가고 있는 ‘끌밋하다’임에랴.
그런 그가 한 번은 큰 실수를 하고 말았다.
‘TV중매’라는 코너에서 며느리감을 물색하러 나온 시골총각의 한 노모가, “어떤 성격의 며느리가 좋겠느냐?”는 질문에, “너무 찹찹한 사람은 싫어유!”라고 하자 여자 진행자가 “찹찹하다니요?”라며, 무슨 뜻이냐며 눈길을 보내자 그가 나섰다. “그런 말 사전에 없어요! 그냥 대충 알아듣기만 하면 돼요.”라고 했다.
농촌총각 어머니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사투리를 써서 미안하다는 듯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찹찹하다’는 분명 사전에 올라 있는 표준말로 ‘마음이 가라앉아서 조용하다’는 뜻이다.
또 한번은 출연자가 어떤 분을 회고하면서 “그 선생님은 오사바사한 성격이 못 되어서……”라고 하자, 그 진행자는 말을 가로막으며,
“뭐요? 오사바사? 내가 아나운서 생활 30년을 했지만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그게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이오?”하는 것이 아닌가.
‘오사바사하다’는 ‘성질이 사근사근하고 부드러우나 요리조리 변하기 쉽다’는 뜻의 형용사로 순수한 우리말인데도 말이다.
그러고 보면 그 시골총각 어머니는 ‘찹찹한 성격’ 보다는 ‘오사바사한 성격’의 며느리를 더 바랐던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