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다양한 계층이 만족하는 교육 - 조미애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

우리 교육의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 학부모와 학생의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의 대부분을 교육청에서 주관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던 과거와 다르게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상당부분을 책임지고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 그러한 점에서 최근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기숙사형 공립학원인 옥천인재숙을 둘러싸고 발생한 도교육청과 순창군과의 갈등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3년 지역인재를 육성하겠다는데 그 가치를 두고 설립하여 중3부터 고3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교육비, 기숙사비, 교통비 등 연간 10억이 넘는 예산을 지원함으로써 교육 투자면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던 인재숙이다.

 

지역의 인재숙은 분명 농촌교육의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희망이 소수의 학생만을 위한 것이라면 분명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나 공부가 부족한 학생 모두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이 장래 원하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진로를 돕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 자녀가 하고 싶은 공부를 다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는 것은 자치단체가 우선 책임질 일이다. 지역주민 모두가 만족할 수 있어야 참다운 지원이 되는 것이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여 배우고 익힌 지식이 나라와 고향을 위해 쓰이기를 바란다. 재정자립도가 18.4%로 전국 16개 시?도 중에서 15위인 전북에서 이처럼 지역인재 육성을 위해 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순창군이 참 고맙다. 아울러 다른 자치단체에서 교육에의 지원과 투자를 확대하고자하는 움직임에도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그러나 각 자치단체의 투자는 반드시 공교육을 기반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아무리 큰 예산을 투입한다 해도 그것이 교육의 근본을 위협한다면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만다. 지역의 인사라면 더욱 앞장서서 공교육이 다소 부실하더라도 내 아이는 학교교육에 맡기겠다는 의지를 실천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며 우리 고장 발전의 길이다. 공교육은 결코 부실하지 않다. 그러기에 학교를 믿고 내 아이의 선생님을 믿고 학생을 맡겨달라고 간곡히 말하고 싶다.

 

인재숙에서 소외된 학생을 위한 배려와 대책이라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순창교육은 인재숙 중심교육이라는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새롭게 준비하는 자치단체에서 유념해야할 사항은 대학 입시만을 목표로 하는 현재의 운영방식을 탈피하는 것이다. 인재숙은 상위 20%의 학생들과 나머지 80%학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어야한다.

 

도교육청에서 상정한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의 일부개정안의 경우 수강 학생의 인권보호와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라고는 생각하지만 지방자치단체의 교육투자를 영리를 우선 목적으로 하는 사설학원과 동일한 척도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입시를 앞두고 있는 학생에게는 단 1분 1초가 아쉬울 수 있다. 여고시절 동료 중에는 긴 머리를 묶는 시간이 아깝다면서 단발로 자르고 온 친구가 있어 두고두고 화제를 삼았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지방자치단체의 기숙학원을 무조건 반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순창군민의 83%가 옥천인재숙은 필요하다는 여론조사 결과 역시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미애(교육혁신위원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