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대] 떡 값

떡 값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촌지는 손가락 마디 촌(寸)자와 뜻 지(志)자를 쓴 좋은 낱말이지만 실제론 일본말이다.한자 그대로 표현하면 손가락 마디만 한 작은 뜻을 의미한다.기자들간에도 농담조로 촌지나 떡 값을‘ little sincerity ’라고 부른 때가 있었다.외국 언론은 우리나라 촌지를 ‘white envelope’라고 번역해서 흔히 쓴다.기자들에게 뇌물용으로 주어지는 촌지는 보통 흰 봉투에 넣어져 있으므로 촌지 또는 흰 봉투를 모든 현금 뇌물로 의미하게 되었다.

 

떡과 관련된 말들이 많다.‘화중지병’(畵中之餠)이란 말이 있다.그림의 떡이란 말이다.‘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라’는 말은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네 잇속이나 차리라는 말이다.‘떡이 생기나 밥이 생기나’는 말도 있다.아무 소득 없는 일에 열성을 내는 사람을 빈정대는 말이다.그외에도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신다’ 등의 말이 있다.이런 말속에 들어 있는 떡은 횡재이거나 실속 또는 잇속이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떡 값이라는 묘한 말이 생겼다.고유한 의미로 떡 값을 풀이하면 떡 가게에서 파는 떡의 가격을 말한다.하지만 전래로 내려오는 미풍양속과는 달리 떡값이란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서로 부담 없이 주고 받는 돈이 아니라 떳떳하지 못한 거래 관계로 오가는 돈을 말한다.주는 측이나 받는 측이 부담을 느끼면 떡 값이 아니다.대가성이 있다면 그건 뇌물이다.

 

우리 사회에는 떡 값을 주고 받는 행위가 관행화 되다시피 했다.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학부모와 교사들간에 촌지나 떡 값을 주고 받는 것부터 시작해서 공직 사회에 떡 값을 받는 건 일반화 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설이나 추석 그리고 휴가철에 공직자에 주는 떡 값은 인사성으로 그치지 않는다.액수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현금이나 상품권 그리고 귀금속이나 골프클럽등을 은밀하게 주고 받기 때문에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이번 김용철변호사가 터 뜨린 삼성 떡 값 폭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재경부 국세청 검찰 정치인 언론인에까지 떡 값 명목으로 거액의 금품을 줬다는 건 서민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