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경기전의 아름다운 은행잎과 수야 떠올리며 안부전합니다

장향숙(시인)

수야님!

 

어느덧 가을이 다 온 듯 싶습니다.

 

늘상 흐리던 하늘이 맑게 트여서 멀리 인천항 너머 바다와 하늘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반짝거리는 물빛과 수평선이 참 이쁜 오늘.

 

미술실로 오르내리는 엘리베이터에서 시야가득 들어오는 투명한 하늘빛을 바라보다가 참 좋은 누군가가 가까이 온 것도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수야! 그 곳은 가을이 얼마만큼 왔는지요? 안내하시는 길 주변은 얼만큼 환한지요? 하는 일에 열성을 다하던 수야님이 떠오릅니다.

 

가볍기도 하고 진지하기도 한, 목적지를 잊지 않는 안내자의 모습.

 

붉은 색 기다란 머플러를 하고 방문했던 날, 펄펄 날리던 눈발과 아침의 상쾌한 공기 속에서 선명한 빛깔만큼이나 깨끗한 감수성 같은 것이 전해져 왔었지요.

 

지금도 여전히 차 한 잔 속에 ‘뜻대로 이루어지는’ 따끈한 이야기들을 담고 계시겠지요?

 

경기전의 선명하던 은행잎과 수야님이 만들어냈을 풍경들도 궁금합니다.

 

계절이 다 도착해서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오늘, 온고을 전주와 뜻대로 사는 이야기들을 떠올리며 잘 보관된 그림책을 펼치듯 수야님을 떠올려 안부를 전합니다.

 

수야! 모든 것이 참 좋습니다.

 

/장향숙(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