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善한 사람은 드물고 惡한 사람뿐인가? - 양복규

양복규(전주동암고 이사장, 명예교육학 박사)

요즘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제척돼야 할 악한 사람만 득실거리고 선한 사람은 거의 없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지난 봄부터 시작된 한화그룹 김승연회장의 비행사건이 여름까지 연일 보도되었다. 필자 역시 그 비행을 감싸거나 동정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러나 장기간 그 사건이 보도되는 동안 의정부에 사는 81세의 이순희 할머니는 평생동안 삯바느질로 모은 재산(의정부시 소재 토지 2669㎡ 시가 30억원)을 동국대학교에 기부했다. 이 할머니는 6ㆍ25 때 남편이 납북되어 지금까지 생사확인도 못하고 있으며 하나뿐인 아들마저 피난길에 병으로 잃은 뒤 50여년동안 힘겹게 생활하면서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았다.

 

같은 시기에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조그마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충북 진천출신 오모여인(40대)도 본인의 신분마저 숨긴채 우석대학교에 1억원의 기부금을 쾌척했지만 이와같은 선행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매스컴의 보도가 없거나 빈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들의 정서가 칭찬보다는 비판설을 더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조선조에서 암행어사제도를 설치한 것도 선한 일에는 칭찬과 함께 포상을 아끼지 않고 악한자는 가감없는 죄목으로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이를테면 전국 8도와 부ㆍ목ㆍ군ㆍ현 등 334개 구역에 지방관을 파견했지만 선ㆍ악(善ㆍ惡)사를 샅샅이 알 수가 없기에 암행어사를 배치하여 아무도 모르게 적발, 신상과 필벌로 처리하였다. 지금은 감사와 심지어 음주단속까지도 예고를 하고 실시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

 

변양균과 신정아 사건도 오랫동안 보도 되었는데 많은 금품이 오가는 비리가 노출되어가고 있는 때에, 미국 백악관 스노 대변인은 자신의 월급으로는 세 자녀의 교육비를 마련할 길이 없다며 사표를 내고 자리를 떠났다. 또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밑창 떨어진 운동화를 수년째 기워신고 헌 점퍼를 입은채로 하남성 등 지방시찰을 하고 있어서 13억 국민을 감동시키고 있었다.

 

인도의 대통령은 실권이 없는 의전상 대통령제이다. 인도의 대통령으로 지난 2002년에 취임한 압둘 칼럼은 취임할때에 가져왔던 옷가방 2개만을 갖고 지난 여름 정년퇴임했다. 퇴임시에 건네준 볼펜2개도 사양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때 과분한 향응 접대건, 사상 유례가 없었던 국세청장의 뇌물수수설, 모대학교 총장부인의 부정 편입학 청탁건 등이 계속적으로 보도와 함께 화두에 오르고 있다. 이와함께 삼성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을뿐 역시 선행미덕의 이야기는 듣고 볼 수도 없으니 얼마나 각박한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지 아리송 하기만 하다.

 

17대 대통령에 출마하겠다는 후보들도 경제에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역설하면서도 도덕과 예절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찾아볼 수가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 간절하다. 매사는 법률로만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인즉 본인 양심에 비추어 한점의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관리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절대절명의 과제이다.

 

선ㆍ악을 고르게 공론화하여 칭찬과 벌칙으로 일관, 국민 각자가 선행하도록 인도하는 것이 요(堯)임금의 치적이며, 강압과 억압으로 백성들을 구르며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다 못해 패국망신한 이가 연산군(燕山君)이었다. 악을 징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을 칭찬하는데도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일까?

 

/양복규(전주동암고 이사장, 명예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