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엽서한장] 자네 큰딸이 자물쇠 풀어놓고 기다린다는 얘기 듣고 울었네

최준강(행촌수필문학회장)

자네가 가버린 그때가 1993년 10월 10일 10시쯤 이였지. 유난히도 억센 가을바람은 성난 파도를 만들었었지. 그때 위도 파장금항을 10시에 출항한 여객선 서해훼리호는 막 파장금항을 빠져 나오자마자 정원을 훨씬 넘겨 태운 390여명의 승객과 무거운 짐 때문에 파도를 내지 못했었지.

 

자네는 늦은 결혼으로 유독 사랑했던 부인과 자내 처남들 부부랑 동반하여 토요일과 일요일의 휴일을 즐기러 위도를 갔었지만, 사나운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여 내려야 할 격포항에서의 기다림을 무너뜨려 버렸었지. 그리고는 차가운 몸으로 292명이나 되는 엄청난 희생자 속에 석이여 군산 공설운동장으로 운송되었었다내.

 

사고가난 며칠인가 뒤에 자네와 부인을 기다리던 자네큰딸이 학교를 갔다가 수업시간 중에 선생님에게 말도 안하고 집에 가서 문에 걸어 잠갔던 자물쇠를 끌러놓고 다시 학교로 갔었다내.

 

선생님이 아무 말도 없이 어디를 다녀오느냐? 고 물으니까 집에 엄마가 오시면 못 들어갈까 봐 자물쇠를 끌러놓고 왔다고 하더라는 거야.

 

나는 그때 그 신문기사를 읽고 뜨거운 눈물이 자꾸만 가슴속으로 흘러들어 먼 산을 보면서, 식어버린 자네의 가슴이 그리도 원망스러웠었다내. 그때 저학년의 초등학생이었던 자내의 아들, 딸들 지금은 잊어버릴 만큼 다 컸다내. 이재는 혹여 두고 간 자식들 때문에 구천을 정처 없이 해매지 말고 모두 잊어버리고 편안한 영혼으로 고이 잠들길 빌고 비네.

 

/최준강(행촌수필문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