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들의 해외여행이 급증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급증하면서 반대급부로 다양한 사건들이 발생하는데, 이중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신도 피랍사건과 소말리아 인근해상에서 발생한 선원 피랍사건이 최근에 발생한 가장 대표적 사건일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탈레반이 국토의 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동시에 회교 원리주의 사회 이데올로기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여행의 위험성은 그동안 충분히 인지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샘물교회에서는 선교를 목적으로 신도를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하였고, 우려한대로 신도들이 탈레반에 피랍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물론 선교 활동 자체는 비난 받을 행위는 아니다. 다만 회교 원리주의가 지배하는 국가를 파병국의 국민이 자의로 여행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본인들이 져야 할 것이다. 반면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선원들은 생업을 위해 소말리아 인근 해상을 지나다 해적들에게 납치되었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신도 피랍사건은 본인들의 자유의지에 의한 선교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나, 소말리아 선원 피랍사건은 이 시대 서민들의 생업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어쩔 수 없었던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본(人本)과 이타적 가치관이 존중받는 사회라면 당연히 탈레반에 납치된 교회 선교단보다 해적에 납치된 선원들이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샘물교회 신도 납치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전국의 모든 언론에서는 온종일 다른 뉴스는 없나 하고 착각할 정도로 그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하였다. 정부 역시 청와대 차원에서 특별 대책반까지 꾸렸었다. 반면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선원들은 우리 사회에서 철저히 관심 밖이었다. 언론의 무시로 국민들은 소말리아 선원 납치 사건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소말리아 해적들은 겨우 8-9억 규모의 몸값을 요구했었지만 정부는 해적과는 협상할 수 없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하지만 탈레반에게는 국정원장이 직접 찾아가 알현하면서 수백억 원의 몸값을 지불한 이상한 원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처럼 두 사건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이중적 잣대가 형성된 이유는, 샘물교회 신도들은 수도권 거주민들의 문제이고 소말리아 선원 사건은 부산이라는 비수도권 주민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소말리아 선원 피랍사건처럼 비수도권의 사회문제가 수도권에 비해 차별받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죽하면 일제 식민지 시절 조선인들이 받은 차별도 오늘날 비수도권 지역 국민들이 받고 있는 차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비수도권에 대한 사회적 차별 문제가 해결될 때 우리나라의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고, 국가 균형발전이 이루어질 때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비수도권 지역의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의 정치적 자존의식을 고양해야만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진국처럼 국가 권력의 구심적 역할을 하는 명문 법과대학들이 비수도권 지역에 설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논의중인 법학전문대학원은 반드시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설치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서울지역 사립대학 측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의 정원을 대폭 늘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의 이면에는 수도권 지역의 거의 모든 대학에 법학전문대학원을 설립하고 남는 정원을 선심 쓰듯이 비수도권 지역별로 기껏해야 한 개 정도의 법학전문대학원에 배정한다는 말이 숨겨져 있다. 이 같은 서울지역 사립대학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자연스럽게 비수도권 지역의 법학전문대학원은 중하위권 내지는 하위권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가 권력의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되어 국가 균형발전을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수도권 지역의 모든 정치권, 대학, 사회단체들이 일치단결하여, 수도권의 법학전문대학원은 3-4개 이내로 제한하고, 대신 비수도권 지역은 각 광역자치단체별로 2개 이상의 법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이유이다.
/김현진(지니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