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게이트 사건은 신문기사가 대통령을 사임토록 한 세기적 특종이다. 이 사건은 1972년 워싱텅 포스트의 초년병 경찰기자였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 워터게이트 빌딩에서 잡혀 온 절도범 5명을 취재한데서 비롯되었다. 워싱턴시에 있는 5층짜리 이 건물에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가 입주해 있는데 닉슨진영의 선거운동원(전 CIA 직원)이 이곳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닉슨 정권의 선거방해와 정치헌금의 부정·수뢰·탈세 행각이 드러났다. 또 닉슨은 도청사건과 백악관의 관계를 부인, 거짓말쟁이로 몰려 끝내 사임할 수 밖에 없었다.
33년이 흐른 후 이 사건의 제보자는 미 연방수사국(FBI) 마크 펠트 부국장으로 밝혀졌다. 당시 그의 암호명이 딥 쓰로트(Deep Throat)여서, 이후 내부고발자 또는 밀고자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이와 함께 미국에서는 내부고발자를 ‘호루라기를 부는 사람(whistle-blower)’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같은 내부고발은 조직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징표며 우리나라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1989년 재벌기업들의 비업무용 부동산 보유 실태를 고발했다가 파면·구속되었던 이문옥 감사원 감사관, 1990년 보안사 불법사찰을 폭로한 윤석양 이병, 1992년 군 부재자 투표부정을 알렸다가 구속된 이지문 중위, 1996년 외압에 의한 감사중단을 폭로한 현준희 감사원 주사 등이 그들이다. 또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사건이나 두 전직 원장을 감옥에 보낸 국정원 불법도청사건, 정몽구 회장을 구속시킨 현대차그룹 비자금사건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삼성공화국을 상대로 로비실태와 편법상속을 폭로한 전 삼성 법무팀장 김용철 변호사 역시 그러하다.
우리 사회에서 내부고발자를 보는 시선은 극명하게 갈린다. 하나는 용감한 의인(義人)이라는 것이요, 또 하나는 조직의 배신자라는 것이다. 동기야 어쨌건 내부고발자의 용기는 우리 사회를 한걸음 더 밝게 한다. 반면 조직 구성원간의 불신풍조를 조성한다는 약점도 있다. 나아가 우리가 눈여겨 볼 대목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외롭고 긴 싸움이다.
삼성을 고발하는데 앞장 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표현이 재미있다. 이번 발표가 “작은 도둑으로 큰 도둑을 잡는 것”이란다.